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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ul 04. 2017

가면라이더 아마존즈

나만 알고 싶은 웹 드라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읽을 때 주의해 주세요.


「파워레인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도 「가면라이더」에 대해 아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대한민국의 경우「파워레인저」의 인지도, 인기가 절대적이다. 두 시리즈를 매년 제작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영상물 제작사 토에이도 한국에서의 「파워레인저」의 인기에 자극을 받아서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원제 : 수전전대 쿄류쟈)」의 스핀오프 작품인「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브레이브」를 손수 만들 정도이니까.


하지만, 일본 내수 시장에서의 인기는「가면라이더」 쪽이 더욱 좋은 편이다. 역사도「가면라이더」 쪽이 5년 더 먼저 시작했기도 하고, 실제로「파워레인저」와「가면라이더」 완구의 생산과 판매를 전담하는 반다이 사의 일본 매출 현황을 보면「가면라이더」 쪽이 매출상에서 우위에 있다. 즉,「가면라이더」는 현재 일본 토에이사의 대표적인 특촬물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면라이더」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만나 내놓은 웹 특촬 드라마가 바로「가면라이더 아마존즈」(이하「아마존즈」)이다. 아마존으로 아마존즈? 말장난 같지만, 사실 「가면라이더 아마존즈」는 1974년 방송한「가면라이더 아마존」을 원작으로 한다. 단순한 장난이 아닌, 정통성이 있는 기획인 것이다.


한 제약회사가 연구하던 신종 생명체 '아마존'이 사고로 어느 도시에 풀려나고 말았다. 그 수는 약 4000마리. '아마존'들은 본능적으로 인간의 단백질을 탐하여 식인을 한다. 제약회사는 '구제반'이라는 특수 팀을 결성하여 아마존들의 처리를 맡겼다. 그리고 그 구제반 앞에 '진'과 '하루카'라는 두 주인공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즌 2에서는 인간이 갑자기 아마존으로 변하는 감염 현상이 발생하고, 정부 차원에서 아마존을 처리하는 조직 '4C'가 등장하며, 3번째 주인공으로 '치히로'가 등장한다.


보통 특촬 드라마의 이미지 하면 인류를 위협하는 악의 무리에 맞서는 정의의 사도의 이야기를 상상하기 쉽겠지만, 특촬 드라마는 군상극적인 면이 강하고, 제각기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많은 사람이 등장하며,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의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은 편이다. 일전에 내가 소개한 적 있는「레전드히어로 삼국전」도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히어로들의 배틀 로열이 벌어지는 군상극이었다.


「아마존즈」도 기본적으로는 군상극이다. 주인공이면서 '아마존 라이더'인 세 남성. 그리고 그들과 얽히는 여성들, 그들의 적인 신종 식인 생명체 '아마존'들, 그리고 그 '아마존'들을 박멸하기 위해 결성된 인간의 조직. 최전선에 서서 아마존과 맞서 싸우는 이들과 제약회사에서 벌어지는 암투.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키워드는 바로 '생존'이다. 아마존들은 인간을 지배하거나 멸망시키려는 악의를 가지고 습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본능에 따라 인육을 탐한다. 그리고 그 아마존들과 맞서는 인간의 조직도 대의나 인류애에 의해 뭉친 것이 아닌, 명령이나 보수 같은, 어찌 보면 개인적인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면을 가진 조직이다. 즉,「아마존즈」는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생존하고자 하는 자들이 서로 대립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반드시 외부의 위협에 맞서 생존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극 중의 대사를 빌리자면 "죽고 싶지 않다."와 "살고 싶다."의 미묘한 차이이다.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이 생존 지향적인 말이라면, "살고 싶다."는 말은 그것을 포괄하는 더욱 넓은 의미의 표현인 것이다. 그리고 극 중에는 그런 '삶'의 진짜 의미에 약간이나마 접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등장한다. 하지만, 결코 무엇이 옳다고 명시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시청자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그리고「아마존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극 특유의 색감이다.「아마존즈」는 다른 드라마보다 색감이 상당히 어둡고 칙칙한 편이다. 이 특유의 색감을 팬들은 '아마존즈 필터'라고 부른다.「아마존즈」는 다른 특촬극보다 과격한 액션과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것은「아마존즈」의 원작인「가면라이더 아마존」의 특징이기도 하다.) 눈에 가해지는 충격을 어느 정도 줄이면서 극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장치로도 사용된다. 단, 이 색감을 사용하지 않은 편이 시즌 1과 2를 통틀어 단 1편 있다.


내가 이 드라마를 '나만 알고 싶다'라고 써 놓은 이유는 일반적인 특촬극의 액션에서 한 단계 높은, 과격하고 야성적인 액션과 이따금 나오는 잔인한 장면뿐만이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즌 2에 집중되어있는데, 시즌 2에서는 이야기가 전개되면 될수록 극 중의 등장인물들이 점점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여간다. 꽃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극이 등장인물에게 '공격적'인 만큼 시청자에게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이것은 의도된 연출로, 제작진이 공개 인터뷰에서 "시즌 1은 편집을 통해 TV에 방송할 수 있었지만, 시즌 2는 그것조차도 불가능합니다. 마지막화에서는 여기까지 따라온 시청자들을 떨궈내겠습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겪는 비극적 상황들은 그것을 지켜보면서 감정을 이입하는 시청자들에게도 고통과 불편함을 선사한다. 따라서 나는 굳이 이 드라마를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볼지 말지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몫으로 남겨 두겠다. 그래도 내가 브런치를 통해「아마존즈」를 소개하는 것은 일본에는 이런 드라마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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