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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ul 10. 2017

나는 특촬물이 좋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각은 대략 저녁 8시 30분경. 방송사에 따라 일일, 혹은 주말 드라마가 편성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드라마 잘 안 본다. 다른 가족들이 모두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나는 홀로 컴퓨터 챙상 앞에 앉는 편이다. 한국 드라마가 나에게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시대착오적 사상을 보여주거나 악인들의 범죄행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 사람들이 큰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는 장면 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 내 가슴이 아프다.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다. 지금은 조금 덜한 편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TV 속 악녀에게 "저런 년은 화형 시켜야 해!" "죽여야 해! 참수해야 해!" 같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나 할법한 막말을 내뱉기도 했다. 나의 그런 말을 들은 아버지는 화들짝 놀라서 나를 말리는 일이 간간히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해 더욱 컴퓨터에 몰두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좋아하는 드라마 장르 정도는 있다. 바로 특촬물이다. 나는 한국의 흔해빠진 막장드라마보다 특촬물이 더 재밌다. 내가 이전에 브런치에 소감을 작성한 「가면라이더 아마존즈」나, 작년 말에 한국 드라마 업계의 히든챔피언으로 소개한「레전드히어로 삼국전」, 그리고 현재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 사상 최초로 제작된 파워레인저의 한국 버전인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브레이브」 같은. 누군가는 애들이나 보는 게 재밌냐고 나를 비웃을 지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내가 할 말은 단 하나뿐이다.


내가 볼만한 게 이것뿐인데 어쩌라고요?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 짜인 각본, 훌륭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 특촬물이라고 이런 게 없는 게 아니다. 일단, 특촬물의 각본을 맡는 사람의 경우 업계의 베테랑은 물론,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제작진들도 이 업계에서 오래 일하면서 노하우를 갈고닦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특촬로 데뷔하여 연기력을 인정받아 스타의 반열에 오른 배우들도 있다. 특촬의 본고장이라고 할만한 일본에는 이런 케이스가 셀 수도 없이 많으며, 한국에서도 기태영 씨와 김성수 씨가 추억의 특촬에 해당하는「지구용사 벡터맨」에 출연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특촬물이 연예계의 등용문 역할을 해와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특촬물 출연 자체를 목적으로 노력해온 배우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내는 에너지는 굉장하다. 때때로 이게 기본적으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난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이 에너지에 이끌려 특촬물을 매주 챙겨보는 사람이 되었다.


혹시 당신도 한국 드라마의 반복되는 클리셰에 지쳤거나, 악녀들의 만행에 가슴 속에서 천불이 나거나, 신선한 자극을 찾는다면 특촬물을 추천한다. 울트라맨, 가면라이더, 파워레인저. 뭐든 좋으니 일단 하나 붙잡고 정주행 해보면 내가 말하는 에너지가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내년에 더빙방송이 될 「가면라이더 에그제이드」이지만,


이 사람, 이와나가 테츠야 씨의 귀기 어린 명연기는 꼭 원판으로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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