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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원철 Jul 21. 2017

종록이

조그만 비웃음에 대한 후회

중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나와 같은 반에 속한 아이 중 종록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속된 말로 '조금 모자라 보이는 아이'였다. 어느 학교에나 한두 명 정도 있는 아이. 그게 종록이었다. 그 녀석과 제대로 말을 붙여본 기억은 거의 없다. 무언가 둘이서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누군가가 종록이의 시험성적 평균이 8점이라고 외치면서 자지러졌다. 나는 그 아이를 따라 자지러지지는 않았지만, 내심 속으로는 종록이를 비웃었던 것 같다. 그때 그 조그만 비웃음에 죄악감을 느끼게 된 것은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나의 '진단명'을 갖게 되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면서부터이다. 나와 종록이는 동류에 가까운 인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종록이에게 비웃음의 감정을 가질 자격은 없었다.


조금 더 빨리 깨달을 수도 있었다. 처음으로 어머님 손을 잡고 정신과를 찾아갔었을 때 나는 '자폐증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나는 정상이고, 멀쩡하니까. 바보 같은 저 녀석과는 다르니까. 일종의 우월감을 지니게 된 것이다. 정작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종록이나 나나 별반 다르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모자라게 행동하는 사람이나, 화나면 울고불고 발작하는 사람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이상한 녀석'일 뿐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 나는 종록이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조금 모자라 보이는 아이'의 자리는 내가 가지게 되었다. 그때의 종록이와는 행동 양상이 달랐지만, 놀림받는 모자란 녀석이라는 점에서 나는 종록이였다.


먼 훗날, 내가 나에 대해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되자 그날 그 순간에 대한 후회도 같이 밀려왔다. 그때 내가 나 자신과 종록이에 대해 조금 더 이해했다면, 적어도 그 녀석과 대화라도 더 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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