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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Jul 21. 2021

그럼에도 오늘을 버텨낸 우리에게

-텁텁한 현실이 폭염처럼 다가올지라도

 끝날 것처럼 보였고 호전되어 가던 상황들이 다시금 나빠져 모든 것들이 셧다운되고, 할수 있던 것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제한받는 어둡고 힘든 시기가 계속되고 있다.


문득, 아무 걱정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그때가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졌다. 오늘은 서울, 내일은 쿠알라룸푸르 , 그 다음날은 시드니..이렇게 매일같이 공간을 옮겨다니던 비행이 직업이던 나에게 2020년은 그야말로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올해는 그래도 좀 나아지겠지, 백신을 맞고나면 어쩌면 해외여행의 제한도 좀더 풀리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제자리로 돌아올것 같던 일상은 다시금 일시정지되었다. 약속은 취소되었고 주말에 좋아하던 카페를 가는것도, 본가인 부산을 내려가는것도 포기해야했다.


재택근무는 대체 어느회사에서 하는건지, 좀처럼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재택에 대한 공지는 내려오지 않았다. 출퇴근 지옥철에 거리두기가 있을리 만무하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출근하지 않으면 나를 부양할수 없다. 먹고살기위해선 이런 리스크쯤은 감수해야하는 현실. 물가는 오르고 집세는 미친듯이 오르는데 내 월급은 제자리인 부조리한 현실.


1년마다 하는 연봉협상은 결국 코로나라는 이유로 동결되었다는 전달과 함께 협상을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결렬되었다. 작년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맡게 되었고 나름의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평소의 매출의 반도 나오지 않는데 월급이 삭감되지 않는걸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식의 회사의 입장에 힘이 탁 풀렸다.

사실 이 시기에 돈을 벌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기는 하나 연봉이 업무성과에 따라 조금이라도 올라야 일의 능률이 오르는 건데 이래서 회사에서 일 열심히 해봐야 회사만 좋은 일일뿐 다 소용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요즘같은 시대에 평생직장이란 없고 애초에 원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라 큰 미련이 없다보니 이직준비에 대한 각오를 더욱더 다질 수 밖에.



퇴근후 너덜너덜 구겨진 종이처럼 돌아와 씻고 저녁먹고 핸드폰으로 잠시 유투브만 봤는데 벌써 자야할 시간. 내일 역시 또 출근해서 회사의 소모품마냥 일하는 나의 지겨운 일상은 바뀌지 않겠지.


그럼에도 버티고 버텨낸 내 오늘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믿어보고 싶다.

마치 겉잡을수 없이 덥고 텁텁한 이 더위와 같은 현실에 연소되고 소모되지 말아야겠다.

내가 원하는 일, 하고싶은 일에 대해 더 고민하고 시도하는 날들이 쌓이고 영글어가는 하루들,

그런 의미있는 이 여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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