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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Oct 02. 2021

눈코입을 만드는 마법의 메이크업 배우기

-외항사 승무원 트레이닝 메이크업 수업

그루밍은 메이크업과 헤어, 네일등 외모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는 개념이다.

이 그루밍은 승무원을 준비하면서도 가장 나에게는 힘든 관문이었다.

면접에서 첫인상을 좌우하는건 어쨌든 이 외적인 부분이 컸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그루밍을 찾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특히나 단아한 메이크업를 선호하는 국내항공사와은 달리 외국 항공사의 경우는 굉장히 진한 메이크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거의 연한 화장을 즐기는 나에게는 정말 익숙해지기 힘들었던 외항사 승무원 메이크업, 드디어 우리회사의 정해져있는 그루밍 매뉴얼을 배우는 그루밍 클래스 날이 다가왔다.      


그루밍 인스트럭터는 인도계의 자그마한 체구의 선생님이었다. 그동안 쌓은 메이크업 경력만 해도 상당했고 나이가 들었음에도 기품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이론적인 회사의 메이크업 규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실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건 바로 개개인에 맞는 메이크업 노하우 찾기. 그래서 선생님은 우리들 한사람씩 돌아가며 메이크업을 시연해주기로 했다. 피부톤에 맞는 파운데이션 찾는 것부터 눈썹그리기, 섀도우 색 고르기, 치크와 립 컬러 고르는 방법 등 세세하게 설명해 주며 동기들의 얼굴은 점점 메이크업으로 진해져 갔다.      


드디어 내차례. 눈썹은 일자를 과감히 포기하고 높게 굴곡진 산을 그려야 인상이 더 또렷해 보인다고 하며 거침없이 내 눈썹을 그리는 선생님... 나름 눈은 크다고 자부했지만 속쌍커풀이라 눈화장을 하지 않으면 어딘가 힘이 없어보이는 인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평생 몇 번 써번적도 없는 섀도우의 색상을 과감히 내 눈두덩이에 얹히는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두꺼운 아이라인과 마스카라까지... 섀딩으로 윤곽과 코까지 만들어준뒤 핑크색이 도는 레드 립스틱을 바르고 나자 영락없이 딴사람, 그러니까.. 마치 외국에서 흔히 볼수 있는 교포스러운 얼굴이었다.

이제 이런 메이크업을 매 비행, 출근마다 해야한다니.. 거의 이건 분장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메이크업만으로 눈코입을 만드는 놀라운 마법같은 그루밍 클래스는 가히 인상적인 수업이었다.  내겐 이 모든게 다 승무원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신나고 설렐 수밖에 없었다.      



외적인 부분은 분명히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부분이고 특히나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회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다보니 더더욱 메이크업 규정을 강조하는 것 같다. 워낙 채도가 높은 빨간색의 유니폼이다보니 메이크업을 연하게 하면 얼굴이 유니폼에 묻힌다고나 할까, 대표적인 규정으로는 립은 붉은 계통으로만 바를 것, 정해진 색상의 스타킹을 신을 것, 악세사리 역시도 실버만 착용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헤어는 흔히 생각하는 승무원 번 머리가 아닌, 풀 수 있는 자유로움을 주는 대신 암핏, 겨드랑이선까지만 길이를 허용했고, 염색이나 파마는 자유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른바 소라머리, 프렌치 트위스트 하는법을 제대로 배웠는데 확실히 소라머리를 하니 좀더 깔끔하고 프로페셔널한 분위기였다.       



수업이 끝나고도 동기들 저마다 짙은 화장이 어색해 계속해서 거울을 보고 있었다. 이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빨간 유니폼을 입고 캐리어를 끌며 멋있게 비행을 다닐 날들이 얼른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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