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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shirley Jul 24. 2021

승무원 트레이닝, 그 간절히 바라던 시작

-승무원 트레이닝 오리엔테이션


   

  드디어 트레이닝 조이닝 날짜 4월 25일이 다가왔다. 커다란 이민 가방 사이즈의 캐리어에 내 짐들을 가득 담고,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부산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6시간 후 도착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앞으로 트레이닝 기간 동안 머무를 숙소로 가는 셔틀을 타고 공항에서 아주 떨어진 외딴곳에 있는 작은 호텔에 도착했다. 이를테면 기숙사와 같은 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침대 하나와 작은 베드 테이블, 그리고 화장실이 딸려있는 이곳이 앞으로 2달을 지내야 할 내 집이자 방이었다.

저녁 비행기로 서울에서 도착한 동기들이 도착해서 함께 인사를 나눴다. 면접에서 살아남은 이 최후의 7인들과의 만남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저마다 같은 꿈을 가지고 이 먼 땅 말레이시아까지 살아남아왔다니 새삼 우리가 대견했다.      


  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날 밤, 떨리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잠을 한숨도 잔 거 같지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승무원 트레이닝이라니, 예비승무원 트레이니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있는 것 자체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긴장도 됐지만 그토록 원하던 승무원을 위한 첫발이었기에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드디어 승무원 트레이닝이 시작되는 첫날 아침, 흰 블라우스와 네이비색 H라인 스커트를 입고 면접 때와 같이 진한 메이크업을 하고 높은 힐을 신고 준비 완료. 트레이닝 센터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들을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에서는 일본에서 온 동기들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동기까지 총 17명이 모두 모였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첫날은 2달간 진행될 트레이닝의 전반적 스케줄과 회사 소개를 하는 오리엔테이션이었다.

4월까지는 그루밍과 서비스 관련 수업, 5월부터는 본격적인 안전교육이 시작되고 5월 말에는 최종 관문인 파이널 시험을 통과해야만 다음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었고 그래야만 비행자격증을 받고 비행을 할 수 있다고 했다. 2달간의 트레이닝이라고 해서 꽤나 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고도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주 6일간 나인 투 식스로 이어지는 수업들과 중간중간 쪽지시험들까지 계속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두께의 매뉴얼 북을 받는 순간 2달간은 무조건 공부만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게다가 매뉴얼 북 전부 영어에 항공 전문용어, 눈앞이 아득해졌지만 앞으로는 영어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엔 한국어 금지, 본인들 모국어 금지. 철저히 영어로만 대화하라는 룰이 있었다. 진짜 내가 해외 항공사에 입사했구나, 더더욱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첫날은 트레이닝 센터의 시설도 둘러보고, 센터에서 점심도 먹으며 조금은 릴랙스 한 일정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무시무시한 2달간에 대한 건 까마득하게 알지도 못한 채 동기들과 이곳저곳 신기해하며 돌아다녔다.  센터 곳곳에 비행기 모형들이 가득했고 다른 파트, 다른 국가의 예비 승무원들이 안전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들을 보자 너무 신기했다.


 설렘 가득한 첫날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한국에서 챙겨 온 햇반과 컵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뭔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트레이닝을 위해 필요한 건 한국인의 밥심이라는 생각에서였을까, 남김없이 열심히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석양, 뭔가 한국에서 보던 석양보다 더 선명하고 눈부셨던 그 이국적인 풍경에 온 눈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30도가 넘는 더위가 적응되지 않고, 앞으로 두 달간의 여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그토록 꿈꾸던 승무원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인 트레이닝의 첫날은 내게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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