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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석 경영지도사 Nov 18. 2020

경제위기는 쉽게 오지 않는다.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이유

저는 가끔 기관의 요청으로 강의를 하러 가면 아이스브레이킹(ICE BREAKING) 시간에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종이 한 장을 들고 반으로 접어보자, 그리고 반을 접고 또 반을 접자, 이런 식으로 100번을 접는 다면 그 두께는 얼마일까?

정답: 그 두께는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800조 배라는 놀라운 값이다.

별거 아닌 내용 같지만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이나 직관에 대해 과신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다시 한번 우리 삶과 연결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종이를 반으로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접는 일은 매우 지루하고 의미 없는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점진적으로 쌓여갈 때에는 위와 같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의 망각'과 '자기중심적 사고'라는 것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자신이 관여되지 않은 과정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을뿐더러 그 결과에 대해 쉽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직관과 관련하여 '평균'이라는 것으로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어려운 수학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보통 평균이라 함은 '산술평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균의 종류는 '기하평균', '조화 평균', '가중평균'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래 이훈영 교수의 통계학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예가 있습니다.


선영이네 집에서는 양봉을 하고 있다. 2년 전에 처음 양봉을 시작할 때 벌은 총 1만 마리였다. 그러나 꿀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벌을 기르는 양봉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1년 후 벌은 2만 마리로 늘어났고 2년 후에는 16만 마리로 늘어났다. 이처럼 처음 양봉을 시작한 시점에서 1년 후 다시 벌이 2만 마리로 늘어나고 2년 후에 다시 16만 마리가 되었다면, 1년에 평균 몇 배 정도로 벌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가?


위의 문제에 대한 답으로 대부분은 산술평균으로 '2배 + 8배'를 2년으로 나눈 5배라고 답하기 쉽습니다. 만약 5배가 정답이라고 한다면 1년 후에 1만 마리의 5배에 해당하는 5만 마리, 다시 1년 후에 5만 마리의 5배인 25만 마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16만 마리밖에 안됩니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자료의 비율에 대한 대푯값에는 기하평균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한 데이터를 읽을 수 있습니다. 기하평균은 로그를 취하여 구할 수도 있고 기하평균을 구하는 공식으로 구할 수도 있습니다. 후자는 증가하는 배수를 곱하여 제곱근으로 구합니다. 즉, '2배 × 8배'의 제곱근의 값은 4가 됩니다. 즉 1년에 평균 4배씩 증가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사람들은 직관에 따라 잘 못된 해석을 하게 됩니다. 다른 비근한 예로 우리가 꾸준하게 성장도 하고 매년 주가도 올라왔던 어느 한 기업의 10년간의 주식차트를 그래프로 볼 때 직관적으로 느끼는 생각은 최근에 갑자기 '급등'했다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물론 급등한 주식도 많겠지만 이러한 기업을 기하평균값으로 구해보면 매년 꾸준하게 주가는 올랐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올바른 정보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간과 자산과의 어떤 상관관계가 형성되어있을까요? 상관관계라 함은 x가 커질수록 y가 커지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통계학에서는 두 변수 간의 선형 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상관관계는 선형 관계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방향인지, 그리고 그 관계는 얼마나 큰지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관관계는 -1~+1 사이의 값을 갖게 되는데, 0.6 이상이면 실제적인 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금융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이안 금융교육 대표이자 CFA인 최일 선생님은 1984년 창설된 다우존스 지수와 시간과의 상관관계 통계량을 유튜브로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검증 결과는 무려 0.91이란 수치가 도출되었고 이는 정(正)의 방향으로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검증한 것입니다. 이러한 샘플의 검증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자산의 가치는 증가한다는 것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시간이 갈수록 자산의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을까요?


이를 이야기하기 앞서 우리는 경제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경제지표를 살펴봅시다.


최일 대표의 4계절 투자법에서는 수많은 경제지표 중 에서 경기, 금리, 물가만 알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리포트에서도 이 3가지 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리포트를 보면 경기와 물가가 금리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기와 물가는 환율이라는 결과를 만든다고 합니다. '경제의 기운'인 경기는 계속적으로 순환합니다. 한국은행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거시적인 방법을 크게 3가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율 경로, 신용경로, 자산 가격 경로입니다. 환율 경로는 통화의 양적완화를 통해 상대국보다 통화의 가치를 하락시켜 수출을 증대시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며, 신용경로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가 만든 영상인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에서처럼 '신용'을 통해 경제는 성장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자본주의에서 빚(Dept)은 선(善)과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산 가격 경로인데, 미국과 같이 큰 내수시장이 존재하고 산업재 시장이 적은 국가는 금리인하와 통화량 증가로 부동산 가격과 주가를 상승시킵니다. 금리인하 이론과 같이 금리를 낮추면 기업의 투자가 진작되어 고용도 늘고, 개인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신용도도 높아지고, 그 신용으로 빚을 내고 소비가 늘어 경기가 부양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를 부의 효과(Wealth effect) 또는 피구 효과(Pigouian effect)라고 하기도 합니다.


* 피구 효과
실질잔고 효과라고 하는데 화폐의 실질가치 변화가 저축과 소비)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물가 하락이나 통화량 증가로 인한 비례적인 화폐 가치의 하락은 보유 자산의 실질가치를 증가시켜 소비(투자)를 자극한다는 의미이다. 저축 대신 소비(투자)가 늘어나 불황에서 자동적으로 탈피하게 된다고 본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피셔 효과(Fisher effect)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금리를 내리면 좀비기업이 존속하게 되어 불필요한 재고와 시장 공급이 늘어 결국 물가의 하락과 수요 감소를 일으킨다는 반대 이야기도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지연, 만성적 초과수요에 대한 은 기업의 부실을 키우고 결국 시장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2018년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약 35%로 집계되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의 각각의 역할이 있습니다. 정부는 경기를 살리는 것이 목적이고 중앙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경제는 경기(가계소비, 기업의 투자, 금리, 물가, 신용,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양적완화, 환율)등의 변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자산 가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했던 원인도 이 경제의 변수들 속에 답이 있습니다. 저는 이 경제와 관련된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자본주의라는 시간 속에서 자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앞서 말한 부의 효과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실물자산이든 투자자산이든 이 자산 가격이 증가되지 않으면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 위협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한국 가계의 부의 축적은 대부분 부동산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의 하락은 가계의 파산, 금융권의 존속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한 우리의 경제 체제는 상위 1%의 자본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장입니다. 자본가들이 가진 생산수단은 그들의 끊임없는 부를 채우기 위해 밤과 낮을 가지리 않고 그 대상이 무엇이든 시장에 공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부를 지켜줄 이 시장의 '기득 이익'을 위해서라도 이 자본의 어장을 국가와 서민들을 이용해서라도 어떻게든 유지시키려 할 것입니다.




레버리지는 경기가 호황일 때 기업경영에서 고정적 비용과 지출로 지렛대 작용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로 투자활동에 있어 차입을 늘려 수익을 증가시킨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반대 개념인 디레버리지는 경기 침체로 인해 부채나 증권 등을 처분한다는 의미입니다. 디레버리지는 잠재적인 투자의 위험이 감소로 좋게 비추어질 수 있으나 '디레버리징 패러독스'라는 말과 같이 경제주체들이 빚을 줄이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수요기반이 무너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현상도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디레버리지는 중앙은행의 과도한 통화량 확대 정책으로 인해 낮아진 금리가 원인이 되어 시장에 많은 부채를 형성시킨 가운데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디레버리지는 주식시장, 부동산 시장 가치의 하락을 견인합니다. 그러므로 이 디레버리지와 나의 자산가치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야 되는 것입니다.


다음은 문홍기 작가가 쓴 디레버리지라는 책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한국 가계의 근본적인 부의 변화는 아마도 토지 시장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초양극화 시대에 살고 있다. 18개 시중은행이 보유한 개인 고객 예금액 632조 원 중 예금 잔액 상위 1%에 해당하는 계좌가 보유한 액수는 283조라고 한다. 전체 예금의 45.5%를 차지한다. 그리고 하위 40% 국민의 예금은 100만 원 이하이며 하위 60% 국민의 예금은 1,000만 원 이하에 불과했다. 상위 1%에 속하는 기업과 개인들이 불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매우 간단하게 요약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 바젤 2 자본규제를 강화한 바젤 3 시스템이 탄생하였습니다. 바젤 시스템은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Basel Committee of Banking Supervision)에서 제정되었고, BCBS는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조직입니다. 바젤 3 시스템의 핵심 내용은 자본의 질, 양, 규제비율을 강화해서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하는 것입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번 바젤위원회와 함께 차질 없이 도입 및 시행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제정한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인 IFRS9도 전 은행을 대상으로 2018년  1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 있습니다. IFRS9의 핵심은 미래의 손실은 반영한 공정가치를 회계에 반영해야 됩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충당금액 비중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는 그간에 잘못 계상된 이익으로 금융의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파악됩니다.


이러한 은행의 손실 방어능력 강화는 우리 자산, 특히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시장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규제로 은행의 당기순이익 감소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은행들은 자기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코코본드(contingent covertible bond),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채권(영구채)과 같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오며 그 건전성을 왜곡해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경기가 침체기라도 들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개인 신용 등급도 하락됨은 물론 예금 대출 마진 감소 및 대출한도 감소, 흑자부도 기업 발생, 개인파산자 증가 등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하여 역자산 효과(Negative wealth effect)로 시장 위축과 디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 신용의 연쇄적 하락으로 경제가 붕괴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 공적자금도 국민들의 혈세가 주요 원천이나 재벌 들은 어떻게는 조금이라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부실 여부와 상관없이 손실을 사회에 전가하는 대기업들의 비리, 우리나라 산업 자체의 구조적인 저성장, 인구감소,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정부가 오로지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을 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 경제는 이 세상에 없는 돈인 '이자'라는 것을 계속 만들어 내기 위해 빚(Dept)을 계속 늘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인간의 부의 본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돈'들이 시장에 계속해서 생겨나게 됩니다. 세상에 없는 돈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구조로 유동성 공급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경제는 계속 성장해야 합니다. 경제가 우상향 하는 것도 인간의 탐욕적 본성의 종속변수입니다. 어찌 되었던 자산의 가치는 이러한 원인들로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경제위기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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