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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May 10. 2022

성황림 성황제(원주)

원주 민속 행사


원주 신림면 성황제를 찾아서



원주시 신림면 성남리 성황림

'1년에 두 번 신의 숲이 열린다.'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 1년에 두 번 제를 올린다.

성황림에서 열리는 성황제를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사진 멤버의 제안으로 카메라 들고 성황제를 다녀왔다.


성황림은 치악산 국립공원 특별 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 93호(1962년 지정)로 지정되어 있다.

평소에는 출입 금지 지역으로 시티투어 참석이나

마을에 예약을 해야 숲 탐방이 허락되는 곳이다.


치악산 성황신을 모시고 마을이 정성을 다해 지켜온 숲이다.

온대 낙엽 활엽수림 및 희귀종 등 50여 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 중부 지방의 대표적인 자연림 지역이다.

복수초  꿩의 바람 등 100여 종의 초본류가 서식한다.


12시에 개방한다는 소식에 12시쯤 도착했는데

서낭 문이 평소처럼 굳게 닫혀 있다.

어찌하나 망설이다가 눈에 띄는 마을 어르신께 여쭤보니

이장님께 직접 통화하신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니 직접 오셔서 문을 열어 주신다.

참 친절하신 분들이다.


서낭 문


성황 숲 출입문인 서낭 문을 들어서면 성황당으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이어진 길을 따라 입장하면 평지에 숲이 이어진다.

숲 양쪽에는 냇물이 졸졸 흐른다.

이것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다.

냇물은 샘(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물)에서 솟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따뜻한 물이어서

여인들의 빨래터였다고 전해진다.

걸어 들어 갈수록 바람이 점점 시원해진다.


성황림
성황림을 가로지르는 냇물


조금 걸으니 성황당 도착했다.

아름드리 서낭 나무 두 그루가 성황당을 지키고 있다.

왼쪽에는 여성을 상징하는 엄나무

오른쪽 남성을  상징하는 전나무이다.

수령은 약 300년으로 알려져 있다.


성황당과 서낭 나무

성황당을 지나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거목과 야생화가 이어진다.

기둥만 남은 거목 위에 어린 나무가 자라고 있다.

전나무를 지나니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전나무와 소나무

길바닥에 크고 작은 풀들이 마구 올라오니

발을 내 딛기가 조심스럽다.

오랫동안 아무도 밟지 않은 숲이다.

이른 봄에는 복수초가 피는데

지금 으름덩굴과 병꽃나무가 꽃을 달고 있다.


으름덩굴꽃
병꽃나무


숲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으러 오라시던 이장님 말씀이 생각나서

숲 밖으로 나와 마을 길로 들어갔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장소를 정확히 물어보지 않았다.

도로를 따라 서성이다가

지나는 이에게 물어물어 성황림 마을체험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밥 먹는 분위기는 아니고

바로 옆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는데

1시간 기다리란다.

아구 주말이라서 그런가.

이 집 정원이 넓으니 꽃이나 찍어보자.




오래 기다려 나물 비빔밥을 배불리 먹고

시계를 보니 마침 3시, 성황제 시작인 마을 행진 시간이다.

식당을 나와 행진을 만나 뒤따른다.




신림 성황제


녹음이 점점 짙어지는 4월 8일(음력).

성황제가 열리고 숲이 열리는 날이다.

성황림마을 농촌체험관에서 제물을 준비하고

작은 트럭에 제물과 통돼지를 실은 리어카가 성황당을 향한다.

(제물로 매년 꼭 통돼지를 올린다고 함.)

문득 제물을 이고 지고 나르던 모습을 상상하며

아스팔트를 걸으며 차량을 따라 이동한다.


성황제 제물 이동 행렬



성황당 문을 통해 제물 실은 트럭이 통째로 들어간다.

통돼지 리어카와 구경 꾼도 그 뒤를 따라 통과한다.


서낭 문


평소 성황당 주변 금줄이 쳐져있고

보통 일반인은 금줄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늘 닫혀 있던 성황당 문이 활짝 열렸다.

몇몇이 소지에 소원을 적는다.

작은 손이 금줄에 소원을 적은 소지를 끼운다.

어르신이 작은 손을 도와주었다.

과거에는 여자는 이곳 출입이 금지되었지만

취재를 위해 카메라를 든 여성을 제지하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출입이 자유로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사를 관람하기 위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금줄을 따라 쭉 늘어서서 행사를 기다린다.


성황당 금줄



생각했던 것보다 제사 규모는 작았지만

차분하게 제물이 차려지고

제를 구경하려는 이와 이를 촬영하는 이로  

평소 조용하던 숲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식순에 따라 제사가 시작되었다.

(부정풀이-맑은 물 풀이-성황신 제사 봉행-기원을 담은 소지 올리기-당목 수부제-음복)




제관 중 한 분이 성황당을 돌며 부정을 털어내고

가장 연로하신 듯한 어른이 바가지에 냇물을 떠서

맑은 물 풀이를 한다.

멀리서 머뭇거리다가 기회가 자주 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좀 더 성황당 가까이 접근하여 제사를 지내는 이들을 캄라에 담았다.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다가 문득 가지런한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귀여운 신발들을 각을 바꿔가며 찍었다.

제사 모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다.

 

마을과 성황 숲의 안녕과 평화를 비는 제사

오랜만에 제를 올리는 행사를 보며

예나 지금이나 사람마다 기도 방식은 다르나

나도 숲 속에서 대한민국 모든 이의 안녕을 빌어본다.

이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기를.  




식순에 따라 제사가 끝나면

일반 관람객도 원하는 이는  

술 한잔 올리고 절을 할 수 있다. 



성황림 녹음이 오월 햇살에 점점 짙어진다.

오후 지나 넘어가는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다.

연초록 잎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푸르름이 짙어간다.

치악의 숲이 오래도록 무성하기를 기대하며

오늘 오월 나들이가 나름 의미 있었다고 여겨진다.





        (2022.05.08.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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