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티아고는 다르다.

루나 세계여행

by 루나 최영숙

남미 여행 15/칠레



칠레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의 예술


이제 루와 볼리비아는 영영 작별이다.

다녀 보니 두 나라는 많은 점이 비슷하다.

도시와 시골 모습, 음식, 옷차림, 분위기도...

생각했던 것보다 보이는 형태는 유럽을 닮았지만 토속적인 원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되는 듯한 모습이다. 잠시 스치는 나그네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타완틴수유(Tawantinsuyu. 케츄아어).

콜럼버스 이전 시대에 남아메리카의 가장 거대한 잉카제국을 말한다. 정복사업으로 지금의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까지 굉장히 넓은 영토를 통일했던 나라. 그들의 대표적인 언어는 케츄아어이다.


해발 고도가 높아 연중 서늘한 고산 기후에서 유목 생활(야마, 알파카)을 하던 그들은 1500년대 스페인 침입으로 무너질 때까지

안데스 산지에서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가지고 있었으며 제국을 종단하는 거한 도로망까지 갖추고 있었다. 잉카의 모든 사람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였으며 귀족들이 앞장서서 더욱 솔선수범하였고

일반인보다 관리들의 형벌이 더 엄격했다고 한다. 말 많고 까다로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오늘은 일찍 식당으로 나가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국경을 넘는다니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페루와 볼리비아 여행을 마치고 오늘은 칠레로 넘어간다. 9시 비행기라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라파스 공항에서 짐을 부치는 일행들

라파스 공항은 한산했고 창구에서 무거운 캐리어를 부치고 2층 상가로 올라 음료 한잔하고 기웃거렸다.

남 아메리카 3번째 나라 칠레로 간다.


산티아고 내려서 처음으로 공항에서의 점심 식사를 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 간단하게 햄버거와 중국식 만두를 먹었다. 공항을 빠져나오니 칠레는 좀 다르다. 더욱 유럽적이고 잘사는 분위기.


Santiago de Chile.

이곳 산티아고의 정식 명칭이다.

여러 나라에 산티아고라는 도시명이 어서... 그렇게 부르게 되었나 보다.

스페인의 정복자 발디비아(Perdro de Valdivia)가 건설한 칠레 수도 산티아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간다.

버스 정류 녹색 지붕이 길쭉하게 덮여 있다.

여름의 뜨겁고 건조한 햇살을 피하기 위해서겠지.

칠레 중부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 지역이다.

지중해 연안 이탈리아, 남프랑스, 스페인처럼

겨울 온난 다우, 여름은 고온 건조가 특징인 지역이다.

이런 기후적 특징을 배경으로 자라는 대표적인 농작물은 포도, 올리브, 오렌지이다.

유럽 지중해 지역에서 늘 보던 과일들...

칠레는 우리나라에 포도를 수출하는 국가.

마트에 가면 1년 내내 칠레 포도가 쌓여있다.

그리고 태평양에 위치하여 해산물이 풍부하고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하여 지진이 활발한 남북으로 긴 나라이다.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한 긴 그늘막


오랜만에 고층 건물을 보니 반갑다.

KFC도 보이네. ㅎ

지금까지 주로 페루, 볼리비아 구 시가지를 다녀서 그럴까.

깨끗한 도로와 건물, 시민들의 깔끔한 차림새, 활기찬 거리 모습이 훨씬 세련되었다.

거리의 시민들 중에 백인도 꽤 보이고 혼혈인 메스티소(백인+원주민)가 많다.

원주민보다 굴이 희고 키가 큰 백인에 가까운 사람들.

페루 볼리비아는 원주민이 많았는데...

태평양 가까이 위치하여 해상교통이 편리하고

기후가 유럽과 비슷해서 유럽인이 많이 유입되어 그렇겠지.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이 평화롭다.

아름드리나무와 그늘이 시원해 보인다.

길가 포장마차에 그릇 가득 핫도그가 보인다.

이제 막 팔러 나온 것 같다.

잠시 내려서 먹고 싶다. 공원 그늘을 벗 삼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이 눈에 띈다.

역시 핸드폰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여유있는 현대인.


칠레 공원
버스 정류장


아르마스 광장 도착이다. 직사각형 광장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현지 가이드가 가방 조심하라고 재차 조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지품이 사라진다고.


지하철역 지하도에서 사람이 꾸역꾸역 올라온다. 시청사, 성당, 박물관 등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크지는 않지만 숲이 우거진 아기자기한 광장이다.


아르마스 광장 한쪽에 마푸체 Mapuche인의 힘을 상징하는 돌조각상.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정복했을지라도 끝까지 싸우던 마푸체족의 젊은 용사란다.

그런데 맞은편에는 칠레 침략자이자 건국의 아버지인 발디비아 기마상이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까.


마푸체 문명의 지도자이며 용사인 라우타로는 스페인 총독 발디비아를 처형한 인물. 물론 그도 나중에 스페인 군에 잡혀 죽었다. 두 사람이 한 광장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칠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마푸 체인은 칠레와 아르헨티나 남부 원주민으로 그 수가 너무 감소하였으나

스페인의 침입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던 대표적인 원주민 부족이다.


마푸체 Mapuche 족의 젊은 용사(알론소 라우따로)
페드로 데 발디비아 Pedro de Valdivia 동상


광장의 성당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가니 조용하다.

듣던 대로 핑크톤의 성당으로 화려하고 우아한 모습의 내부이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성당이다.

왠지 기도하고픈 성스러운 분위기.

조용히 앉아 잠시 머무른다.

잠시 뒤 눈에 확 들어오는

하얀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젊은이.

뒷모습이 정갈하고 이쁘다.

조용히 서서 기도하는 모습에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성당
기도하는 소녀


성당 바로 옆에 동상이 서 있다.

아니다 갑자기 서서히 움직인다.

춤을 추듯이 팔을 움직이며 고요를 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녹색으로 가리고 녹색잎을 두른 채

살살 상체를 움직이는 그녀는

서 있는 동상이자 움직이는 사람.

움직이다가 멈추었을 때 그 새침한 표정은

생명 없어 핏기가 가신 조각 형상이다.

그녀 앞에 잔돈이 든 바구니가 놓여 있다.


칠레 아르마스 광장 행위 예술가


움직이는 인형 구경하다가 큰 마이크 노랫소리에 그쪽으로 향한다.

우렁찬 목소리가 광장으로 퍼지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시원한 그녀의 노래가 끝나자 역시 모자 들고 한 바퀴.

그 동전으로 생활이 가능이나 할까.

나도 동전 넣고 다시 옆으로.



거리 화가가 인물을 스케치하고 있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다.

중 1 때 엄지와 검지 손가락 2개를 펴고

나머지는 오므려서 만들어진

권총 모양의 손을 데생하던 시절이 있었다.


첫 시간부터 너무 큰 스케치북을 준비하느라

모두가 선생님께 불만이었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 큰 스케치북에 수채화를 그리려면

넓은 공간을 채우느라 애쓰던 기억 함께



광장 한켠에서

수박을 잘라 컵에 담아 어린 두 소녀가 팔고 있다.

부모님을 도와주려는 기특하고 예쁜 마음 엿보인다.

그 옆에서 즉석 오렌지 주스를 판다.

유럽 광장과 같은 모습들.

건물보다는 노래, 행위 예술, 난전에 눈길이 간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웬지 애잔한 분위기.



구심 보행자 거리 아우마다 Paseo Ahumada.

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거리는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청년이 음악을 틀어놓고

인형에 줄을 매어 흔들 때마다 춤추는 마리오네트.

꼬마들이 쪼그리고 앉아 구경한다.


모네다 궁전 Palacio de la Moneda.

역사상 최초 선거로 당선된 아옌데 Allenda 대통령(사회주의)쿠데타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다 권총으로 자살한 건물이다.

이후 17년 독재 정권을 이끌며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독재자 피노체트 Pinochet.

칠레 역사 현장으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에 왔다. 200년 이상 지난 칠레의 역사적 상징 건물. 넓은 현대식 광장에 초대형 칠레 국기가 펄럭인다.


대통령궁
칠레 깃발


1970년대 독재 정치(피노체트)에서 벗어나며 비교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 그러나 돈 바구니 앞에 놓고 길거리 공연하는 이들. 과일이나 물건을 파는 어린 학생들. 고층 건물과 가난한 동네 모습에서 보이는 빈부 차. 칠레 현실도 쉽지 않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나의 여행길은 어쩌면 지나친 사치일지도... 그래, 간절히 원해도 누구에게는 평생 불가능한 일. 언제쯤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으려나.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발길을 옮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