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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최영숙 Mar 22. 2021

오카방고 델타(3) 모코로 사파리 투어

루나 세계여행


아프리카 여행/보츠와나(5)/오카방고 델타 모코로 사파리(Moremi Crossing Mocoro Safari) 투어



오늘은 전통배인 모코로 Mocoro를 타고 사파리 투어를 하는 날.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는 원시적 자연과 고요 속에서 여러 갈래의 오카방고 강을 따라 이동하며 야생 동물을 찾아 나선다. 모코로는 수심이 낮의 습지를 탐험할 수 있는 2인용 작은 배로 폴러 Poler(노를 젓는 사람)가 긴 막대를 이용하여 배를 이동시킨다.

소시지 나무에 일상에서 먹는 크기의 소시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강을 따라 이동하니 대부분 키 작은 나무와 풀이 우거진 전형적인 건조 초원지역이다. 모코로는 천천히 미끄러지듯 강을 누빈다.



오카방고 델타와 소시지 나무


영국 탐험가 리빙스턴 Livingston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나미비아 오카방고족에서 유래된 오카방고 습지.

뱃사공이자 안내인 폴러가 긴 막대기 노(Pole)를 저어 이동하는

엔진 없는 2인승 쪽배를 타고 사파리 투어를 시작한다.


사방은 고요하고 이름 모를 물고기와 작은 새가 나타난다.

가끔 새와 물고기가 나타나면

그들의 이름을 알려주는 안내인의 나지막한 목소리만 들린다.

고요 속에 차르륵~ 차르륵 노 젓는 소리가 정겹다.


오카방고 모코로 투어

강가에 여러 수생 식물도 자란다.

수련이 예쁘게 피었다.

배가 느리게 이동하지만

자주 나타나는 꽃 사진은 흔들림의 연속이다.


곱게 핀 수련


바람 한점 없는 고요 속에

하늘과 구름이 강물에 멋진 반영으로 그림을 그리고

드물게 서 있는 야자수와 키가 큰 나무는 그늘을 만든다.

지구가 아닌 다른 별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희한한 공간이다.


오카방고 델타


폴(노) 끝에서 만들어지는 가는 물결이 잔잔한 강물에 파문을 일으킨다.

명색이 사파리 투어인데 덩치 큰 동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 어디로 간 거지.

뱃사공은 느긋하게 서로 무언가를 찾는 눈치이다.

아마도 동물을 찾고 있겠지.


폴을 저을 때마다 생기는 물결

롯지에서 출발하여 이어지는 뱃길은

가끔 물고기가 펄쩍 뛰어오르고 새가 나는 것 외에

어슬렁거리는 야생 동물은 뜨거운 햇살에 그늘로 숨어 보이질 않는가.

특히 올해는 비가 내리지 않아 강물도 무척 적다고 했다.

그래서 동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는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모코로(전통 쪽배)를 타고 줄줄이 이동하는 일행들


한참을 강을 돌다가 잠시 휴식 타임.

적당한 그늘이 있는 나무를 찾아 모두 배에서 내린다.

물이 적어 강바닥이 훤히 보인다.

타기도 내리기도 너무 쉬운 작은 배다.

걷는 것보다 느린 배를 탔다.


이동 중 배애서 내리는 일행과 폴러


스태프들이 아이스 박스에 준비한 맥주와 음료가 식탁에 차려졌다.

원주민 전통주를 자랑하며 맛이 좋으니 꼭 조금이라도 먹어 보란다.

그 술은 아마 룰라 Amarula.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하다는 말에

한 잔 받아 벌컥 들이켰는데 '으웩' 나도 모르게 뱉어 버리고 말았다.

그 독특한 향기 때문에 목으로 넘기기 어려웠다.

아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 

나는 왜 술이 술술 넘어가지 않을까 늘 의문이다.


술이 맛이 없다.

역시 술은 공짜로 줘도 못 먹는다.

누가 들으면 비웃을 텐데.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는 그저 물이 최고다.

물 한 병을 단숨에 들이켰다.


전통술 아마룰라와 모코로 투어 중 휴식



언덕에 올라 사방을 살펴도 짐승 발자국 조차 없는 날이다.

큰 나무 아래 진흙 더미가 보인다.

그냥 진흙이 아니다.

아프리카 개미집이다.

개미들이 부지런히 진흙과 잡풀과 침을 섞어 만들었다는 개미들의 보금자리.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동통로가 있고

태양열을 식히고 습기를 덜어주는 굴뚝이 있다.

삼각형 형태로 아래쪽에 계속 흙을 덧 발라

아래가 넓고 쾌적하며

비가 많이 올 때는 위쪽 부분에서 머무는

과학적으로 정교하게 설계하여 지은 집이다.

들판 곳곳에 크고 작은 개미집이 많다.



오늘 특별히 고요한 날인가.

아니면 늘 이런 날씨인가.

푸른 하늘 머리에 이고 강의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유리 같은 강물을 살금살금 배로 누비며

눈에 보이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머릿속에 없다.


책으로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가르칠 때 느낄 수 없는 무엇이 여기에 있다.



또다시 흐름이 없는 잔잔한 강물 위를

차르륵~ 차르륵~ 미끄러지듯 배가 앞으로 나아간다.

복잡하게 얽혀 이어지는 오카방고 강과 그 주변 습지는

오랜 세월 자연과 세상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오카방고 델타 습지에서 만난 나만의 세상.

여유롭고 평화로운 세상.

눈앞에 펼쳐진 풍경만을 보는 날이다.


비가 조금 내리면 풀이 자라고

그 풀을 식량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다시 그 생명은 힘센 자들에게 먹히고 먹히는 자연 생태계.

보츠와나의 일부이지만 지구의 전부를 보는 듯하다.

푸른 하늘과 물, 그리고 풀과 나무.

그 사이에서 헤매는 동물들.




야생 동물은 전혀 보지 못하고 다시 롯지Lodge로 돌아왔다.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누우니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모코로는 손님을 다 내려놓고 휴식에 들어간다.


전통배 모코로는 원래 통나무를 파서 만들었으나

오늘 탔던 배는 모양은 옛 모습이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배다.

요즘은 대부분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어 사용한다고.



해 떨어지니 고운 빛이 주변을 감싼다.

사진가들이 말하는 알펜글로우.

해지고 30~1시간 정도 파란빛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시간을 말한다.


모코로 투어를 끝내고 아프리카에서 하루가  저문다.

몸 닿는 곳이 고향이라더니

언젠가 이곳에 왔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한 자연이다.

가슴 가득 스며드는 이런 여행의 맛은 뭐라 표현해야 할지.

아름다운 오카방고의 저녁을 맞이한다.


모코로와 저녁노을
오카방고의 저녁노을



(사진 에세이 '그냥 와봤어'를 재편집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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