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내음이 만연한 봄, 따스함이 코 끝을 스치고, 청량한 여름의 끝자락에 다다를 즈음, 여름의 정취에 흠뻑 젖을 때면 유독 생각의 농도가 짙어진다. 때로는 고뇌에 빠지기도, 때로는 사색에 잠기기도, 때로는 망상에 사로잡히기도. 어느 날은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 날은 갑자기 집 문을 벅차고 나와 홀로 어디론가 떠나기도, 여름의 끝자락, 문득 나를 돌이켜볼 때면 고독이란 단어는 나의 수식어가 되어있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가을은 무심히 지나가버리고 맥락 없이 찾아온 겨울을 온몸으로 느끼곤 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봄도, 여름도, 가을도 아닌 가장 추운 계절인 겨울에 더욱더 따스함을 느끼곤 한다. 옹기종기 모여 따듯한 차를 한 입 머금고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살갗을 맞대어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거나, 길거리 노점상에서 붕어빵을 사 입김을 불며 오순도순 사이좋게 나눠 먹거나, 어김없이 눈이 내리는 날에는 마음의 온도가 더 따듯해지는. 그때는 행복이란 추상적인 단어는 나의 수식어가 되기도 한다. 나의 계절의 온도는 내가 살아가는 계절과 사뭇 반대인 듯하다. 모순어법이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짙어지 듯 나의 겨울은 한없이 따듯하고. 나의 여름은 한없이 차갑다. 그 사이엔 늘 봄이 지나고. 그런 계절의 반복. 삶은 사계를 참 많이 닮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