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6
학교 프로그램 중 같이 모여 글 쓰는 그룹이 있다. Journal writing group이라고 자기 리서치를 잘 정리해서 논문으로 출판하려는 학생들이 매주 만나 3시간 동안 같이 글도 쓰고 책도 읽고 하는 모임. 나는 멋도 모르고 2년 전 여름, 석사과정을 간신히 마쳤을 때 일찌감치 신청했다가 결국 논문을 써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때 만난 친구들과 함께 지금까지도 같이 공부를 하고 박사 과정 이야기를 나눈다. 세 명 모두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분야라 같이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 다른 과는 이렇게 하는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나만 혼자 글쓰는게 힘들고 늘 정신없는게 아니구나 싶어서 올해는 우리 세 명 모두 다 함께 qualifying exam을 공부 중이다.
나는 늘 혼자 공부하는 데 익숙하다. 중고생 때도 같이 공부하는 건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모여서 노느라고 그러는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어릴 때는 같이 모여서 독서실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하면 간식을 먹고 수다를 떠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때보다 남 신경도 덜 쓰고, 나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그런지, 같이 공부하는 것과 혼자 공부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 어릴 때는 공부는 늘 경쟁이었다. 그러니까 같이 공부하는 게 더 힘들었다. 내가 공부하는만큼 남도 공부하면 안됐다. 남보다 더 많이, 더 빨리 해야했으니까 같이 모여서 공부하면 내가 뒤떨어지는 게 너무 보여서 속상하거나, 괜히 안 도와줘도 되는 경쟁자를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같이 모여서 공부하는 친구들 모두 관심 분야도 다르고 졸업 후 원하는 직업도 다르다. 그러니까 서로 도와주면서 끌어주는게 나 혼자 앞서 나가겠다고 막 달리는 것보다 더 낫다. 그러다가 혼자 지쳐버리면 아무도 도와주지 못할테니까.
서로 돕는 예시 하나. 같이 모여서 공부하면 일단 약속을 지키기가 쉽다. 오전 9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지! 라고 생각을 해도 나 혼자와의 약속이라면 쉽게 어기게 된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오전 9시에 만나기로 하면 어쨌든 귀찮아도 몸을 일으켜서 만남의 장소로 나가게 된다. 만나서 이번 주는 어땠고, 컨퍼런스는 어땠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피로도 조금은 풀린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혼자서만 뭐든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과 같이, 서로 기대면서 갈 수도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