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6
문득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다.
스포티파이 연말결산 Wrapped 덕에 오래간만에 박혜경의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를 들었다. 들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찡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일때부터, 투니버스 만화영화 주제가 CD 를 듣다 우연히 알게 되어 좋아하던 노래다.
Paradise
솔직한 자유와 한때 타잔이 입던 옷가지 하나
Paradise
좀 어리숙해도 있는 그대로 날 받아주는 곳
어릴 때부터 나는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어른이 된 나는 있는 그대로 날 받아주는 곳을 찾았다. 어떻게? 딱히 변한 건 없는 데 그냥 나이가 들어서 드는 착각일까? 내가 사는 곳 때문에? 나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면서 매일 지내고 있으니까? 이유가 무엇이던, 나는 내가 어릴 때 간절히 바라던 파라다이스에 도착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유명한 작가가 되지도 않았고, 돈을 잘 벌지도 않고, 아침마다 새롭게 작아져버린 옷이 옷장에서 튀어나오고,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미국 촌구석에서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대학에 다니고 있고, 아침마다 지구 반대편에서 죽어나가는 팔레스타인과 콩고의 아이들의 소식을 들으며 매일매일 더 빠르게 망해가는 세상 앞에서 무능력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이 노래를 듣는 4분 동안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나에게 "잘했어," 라고 얘기해줬다. 가만히 서 있으면 제자리 걸음인 것 같은데 돌아보니 멀리 왔구나.
솔직히 어릴 때보다 지금은 더더욱 자유가 뭔지 모르겠다. "자유"라는 말 자체가 마냥 긍정적인 말이 아니고, 주변 사람을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욕구만 채우는 행위도 포함하는 말이니까. 미숙한 자유는 자신의 의무와 인간으로 서로에게 해야하는 당연한 도리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니까. (나도 그러고 있는 것 아닐까?) 또 아직도 세상의 경제적인 제약과 그로부터 시작된 여러 차별이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탓에 진정한 자유란 상상하기도 힘드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지도 모르면서 자유를 갈망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해냈다는 마음에 기쁘고... 이런 생각을 하며 와이프한테 괜히 꼭 붙어 팔짱을 끼고 출근했다. 좁을 지라도 내 옆 자리에서 같이 있어주는 이 사람에게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