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팟캐스트 전성기가 맞나보다. 처음 친구가 팟캐스트 광고를 인스타에 올렸을 때는 "팟캐스트는 무슨 팟캐스트야?"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세상에 자기 할말만 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제대로 리서치하지 않고 아무말이나 하는 팟캐스트가 주는 피해도 만만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에 필요한 건 더 많은 말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고, 잘 들어주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친구니까 듣기 시작했다. 대학 동기인 우리는 나는 나름 서로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여태 몰랐던 친구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영 뜸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멋대로 상상하던 친구의 삶과 친구가 스스로 이야기하는 본인의 삶은 굉장히 달랐다.
또 의외로 나만 대학생활이 생각과는 달라서 힘들고 외로웠던 건 아니라는 데 위로를 느꼈다. 나도 어릴 때는 자기 잘난 맛에 살다가 대학에서 세상의 험난함을 예기치 않게 마주했던 것 같다. 물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은 예전에 알고 있었고, 이제는 그 시간을 감내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걸 알지만, 의외로 나말고 다른 사람도 비슷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고, 그걸 결국엔 극복해냈다는 사실에 이렇게 내 마음이 이리도 위로가 될 줄이야.
인터넷에서 본 유머. 인간관계에 서툰 tech bro들이 우연히 주변인들과 대화하다가 "발명" 한 게 팟캐스트라는 우스개소리. 나쁘게 들리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누군가는 주변인들과의 진솔한대화가 주는 기쁨을 발견해서.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편집하면 더 좋고, 여기에 광고를 하면 좋을 것 같고, 이런 리서치를 참조하면 더 의미있는 팟캐스트 에피소드가 될거야" 라고 훈수를 둘 생각으로 듣기 시작했다. 참 오만하게도. 하지만 내 친구가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것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걸 보고, 구독자수라던가 세상의 인정은 논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자신의 그 창조물 자체에서 이미 행복을 찾았으니까.
그 행복을 거울 삼아 나는 내 글쓰기를 되돌아본다. 나는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한다. 다들 자기 의견, 자기 경험을 내세우기 분분하고,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목소리가 돈이 되고 명예가 되는 세상에서는 당연한 걸지도. 이런 세상에서 내가 보잘 것 없는 목소리를 하나 더 이 세상에 내놓는 것이 과연 옳을까, 글을 쓰다가도 늘 망설이게 된다. 친구의 즐거움을 보고 나는 세상만 보다가 나를 잊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을 위해 글쓰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글쓰기를 시작한건데.
결국 친구는 내면의 진솔함으로 누군가의 세상을 뒤흔들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