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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아 Jul 19. 2021

초보운전일기 #2

아빠랑 무사히 운전 완료

초보운전이면 가족과 운전하지 말라는 얘기가 많다. 운전하다가 싸운다고.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무사히 아빠와 둘이서 즐겁게 운전한 일을 축하하고 싶다.


사실 내가 나중에 운전을 가르쳐준다고 해도 잘 가르쳐 줄 자신이 없다. 무서운 게 당연한 것 아닐까? 특히 조수석에 타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그 옆자리는 정말 무서운 자리인 것 같다. 멀리서 보이던 차들이 너무나 가까이 달린다. 옆 차선 차가 쌩쌩 달리는 게, 피부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혹시 내가 끼어드는 차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오토바이나 사이즈로 밀어붙이는 버스를 보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어어!" 소리 지르는 것이 고작.


또, 가족끼리 시간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연습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주 잠깐 미국에서 여자친구가 운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 난 괜히 싸우기 싫어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여자친구는 엄청 수더분한 사람이고, 자기가 동생도 가르쳐준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서 운전 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너무 겁을 먹고 브레이크를 확확 밟으니 처음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텅 빈 몰 주차장에서 우회전 좌회전 연습을 무탈히 마쳤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연습을 참 하게 되지 않더라. 먼저 운전하자고 내가 얘기하면 여친의 시간을 너무 뺏는 것 같았고, 여친 입장에서는 어차피 자기가 운전해서 다니면 되는데 굳이 나한테 막 연습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 한 번 이후에 나는 도로 조수석 신세가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래서 여친 한국어도 늘지 않는 것 같다.)


아빠랑 나도 운전 에피소드가 꽤 있다. 처음에 운전 연수 몇 번을 받고 나서 제주도 여행을 갔었다. 제주도에서 운전 연습하면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도 제 2 운전자로 등록을 하고 차를 빌렸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긴장하고 있는데, 옆에 앉은 아빠가 "어어어!" 하면서 무서워하니까, 나까지 더 정신이 없었다. 제일 최악은 로터리였다. 내가 사는 곳에는 없는 이 둥그런 악몽을, 처음 운전해보는 차로 가려니 너무나 무서웠다. 옆에서 왜 안가냐 왜 가냐 하는 건 아무런 도움도 안됐다. 결국 나는 복잡한 길을 빠져나오자마자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바꿔!" 라고 하면서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 운전을 했다. 


새롭게 운전 연수를 한 이후도 아빠가 한두 번 운전을 봐줬다. 같이 주차장에서 차 세우는 연습도 하고, 주행도 했다. 차 세울 때는 연수 선생님이 가르쳐주지 않으신 평행주차하는 법도 알려줬다. (그 이후로 혼자서 시도해본 적은 없다.) 그때마다 전과 똑같이 "어어어!" 하면서 무서워했다. 조수석 손잡이를 떨어지도록 꼭 붙잡고서. 또 뻔한 조언은 어찌나 많던지. 아무리 잘 살피면서 가도 아빠는 내가 멀리서 튀어나오는 사람들, 차, 강아지를 못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빠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면 나는 내가 못 본 무언가를 아빠가 봤나 싶어서 갑자기 차를 멈추게 되고, 그럼 또 길 한복판에서 이렇게 차를 멈추면 위험해서 어떡하냐는 소리를 듣고 또 나는 운전 못하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내가 운전에 조금 자신감이 생기니까 지난번만큼 놀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조금은 내 눈에 들어오는 시야를 믿게 되어서. 그러니까 아빠의 말도 그렇게까지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렇게 내가 놀라지 않으니 아빠도 점점 더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 같다. 언제 꼬리물기하면 안되는지, 어떤 길에 이상한 운전자들이 많이 나오는지 같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그런 꿀팁들!


"어어어!" 한 번 없이 아빠와 동네를 돌고 왔을 때는 꽤 뿌듯했다! 인정받은 기분이라서. 이렇게 초보운전을 조금씩 탈출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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