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나는 고양이를 좋아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없었고, 혹여 동물을 키운다면 늘 강아지.
동물을 한번도 키워보지 않은 나에게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꽤나 무서운 일이었다. 만약에 아프면 어떡하지?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물리면 어쩌지? 병원에 가야하나? 좋은 것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을 것처럼 느껴졌다.
고양이 알러지도 또 문제였다. 어릴 때 고양이 카페에 가곤 했을 때, 늘 엄청 조심했었어야 했다. 고양이를 만지고 나서는 절대로! 얼굴을 만지지말것! 실수로 안경을 고쳐 쓰기라고 한다면 재채기 눈물 콧물이 멈추질 않았다.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고 나서도 한참동안 얼굴이 가려웠었다. 이렇게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내가 과연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까?
나와 다르게 사라는 어릴 때 강아지를 키웠다고 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꽤 자주 강아지 이야기를 했다. (이름은 Rawkus.) 언젠가는 우리도 같이 반려동물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심심치않게 했다. 그런 사라에게 고양이는 낯설지만 감당할 수 있을법한 것이었던 것 같다. 그런 사라를 믿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동물 보호소에서 롤리타를 처음 만났을 때는 무서웠다. 미리 웹사이트에서 어떤 아이를 데려올까 오랫동안 고민했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우리가 원하던 아이들은 이미 입양된 애들뿐이었다. 처음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더니 보호소 직원 분이 여기 공용장소에 풀어놓은 애들 중 고르라고 했다. 롤리타는 그 중 하나였다.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다. 야옹대기도 하고 얼굴을 다리에 부비부비하고 좁은 공간이나마 자기를 데려가달라고 얘기라도 하는 듯 쫓아다니는 아이. 그에 비해 롤리타는 우리한테 정말 1도 관심이 없었다. 제일 높은 선반에 앉아서 무심하게 쳐다볼 뿐. 얇삭한 까만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커다란 노란 눈으로 우리를 내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사라는 롤리타가 마음에 꼭 든다고 했다.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서 그럼 이 친구로 하자고 했다. 나중에 서류를 작성하면서 롤리타가 굉장히 오랫동안 보호소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1살반 정도밖에 안된 아이였는데 6개월 넘게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었다. 오늘 데려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펫샵에 가서 침대, 모래상자, 밥 그릇을 샀다. 3개월 분량의 사료는 원래 보호소에서 먹던 것으로 챙겨주셨다. 종이 박스에 들어가기 싫어서 꼼지락대는 고양이를 한 손에 들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운전을 하는 사라 옆에 앉아서 롤리타가 들어있는 박스를 무릎에 얹은 채 집으로 왔다. 자동차가 무서운 지 바들바들 떠는 것이 느껴졌다. 허벅지에 닿은 상자가 정말 따뜻했다. 그 순간, 고양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내가 한 생명체를 집으로 데려가는구나. 앞으로 이 친구를 잘 돌봐줘야지. 우리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줘야지.
이렇게 롤리타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