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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May 11. 2024

노인 "주간보호센터"를 체험하며

"노인의 영화는 백발이다."

약 한 달간의 요양보호사 교육을 마치고 현장 실습의 시간이 도래했다. 학원 인근의 "주간보호센터"를 배정받고 오늘 처음 이곳에 도착했다. 조금 일찍 도착함으로 현관 입구에서 어르신들을 반갑게 맞이할 수가 있었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지만 미소를 띠며 밝은 표정으로 반갑게 응대해 주신다.


지팡이를 사용하시는 분이며, 워커(보행 보조기)를 사용하시는 분, 그리고 휠체어에 몸을 실은 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이동이 가능하신 분. 다양한 분들이 함께하는 툭 터진 넓은 공간이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공간은 어르신들이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할 만큼 널찍한 공간이었다. 제일 먼저 자신의 자리에 가기 전 테이블에 앉아 손 소독과 함께 혈압과 체온을 재며 오늘 하루의 건강을 검사하며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평소에 약을 드시는 분들에게는 본인의 약과 함께 따뜻한 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의 원장님께서는 정년 퇴임 후 고령화 사회의 시대 흐름에 맞춰 일찌감치 노인복지에 깊은 관심을 두셨다고 한다. 매우 치밀하게 약 8~9년 전에 일본의 노인 제도와 현장을 답사하고 좋은 점을 어떻게 국내에 적용할지 배워오셨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 공간을 설계하고 적용함으로 업무에 온 정성을 쏟는 모습이 인상 깊다.


그리고 원장님께서는 평생 익숙해진 서비스 정신으로 어르신들을 따뜻하게 대하시는 모습이 무척 친근하게 다가온다. 원장님의 이런 좋은 생각이 이곳에서 함께하는 직원들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져서 어르신들을 대할 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어르신들이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한 달간의 사전에 준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함께 노래 부르고, 체조하고, 그림에 색칠하고 매일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이 지루할 틈이 없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신체는 물론 점점 떨어지기 쉬운 인지능력을 되살리는데 온 정성을 쏟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의 어르신들에게 던지는 소소한 질문들 역시 기억력을 되살리는 데 마음을 다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오늘은 특히 전쟁에서 공을 세운 무공회에서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특별한 공연을 하러 오셨다. 10여 명의 노인으로 구성된 정예 구성원이시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셨는지 악기 다루는 솜씨며 율동과 노래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다."다 함께 차차차"라는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반주에 어르신들은 흥에 겨워 손뼉 치며 함께 노래 부른다. 노래에 참여한 한 노인회장님은 직접 앞으로 나오셔서 자신의 18번 노래를 반주에 맞춰 부르시는데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도 될 만큼 노래 실력이 출중하시다.


즐거운 점심시간이 돌아왔다.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된 식단은 커다란 대학병원에서 하듯 개인별 맞춤 식단이 베풀어진다. 각 식판에는 어르신들의 이름이 적혀있어 각자의 질병과 치아 상태에 따라 달리 주어지므로 개인의 집에서도 하기 힘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틑 날 오후에는 구연동화 시간이 왔다. 엄마 카 투리 와 새끼들 아홉 마리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산에 갑자기 불이 난 까닭에 몸에 느껴지는 뜨거운 불기운에 공중을 몇 차례 날던 어미 까투리는 새기 들을 두고 왔음을 뒤늦게 알고 다시 새끼 곁으로 가 아홉 마리 새끼를 품은 채 숨을 거둔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어느 날 동네 한 남자가 뒷산에 올랐다. 죽은 까투리를 발견하곤 시체를 치우자 새끼 아홉 마리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장면을 목격하곤 지난날 뒷산에 일어났던 산불 때문에 새끼를 보호하려다 타 죽은 엄마 까투리의 모성애에 감동했다는 이야기이다. 구연동화를 전하는 선생님의 슬픈 목소리는 어르신들과 나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마도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던 지난날의 회한이 밀려옴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오신 분들의 연령대는 약 60세 정도부터 100세까지 무척 다양하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수고를 덜어 드리고자 아침부터 저녁, 약 6시까지 보호자들을 대신해서 돌보는 어르신 돌봄 센터이다. 아마도 이런 기관이 없었다면 부모님을 모시는 가정들에는 시간과 경제적인 여건들이 여간 큰 부담이 아닐 터인데 참 잘 만들어진 기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전과 오후 중간마다 이어지는 간단한 체조 시간에는 팔과 다리 어깨의 스트레칭으로 굳어지기 쉬운 근육들을 유연하게 함은 물론 하고 나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잠시 시간을 내어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나이며 고향이며 가족들 이야기까지 재미나게 말씀하신다. 또 어떤 이는 나이가 60 정도밖에 안 된 젊은 나이임에도 일찍 찾아온 치매 때문에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그리고 한 어르신은 학교 교장 선생님 사모님으로 평생 살아오셔서 귀하게 살아오셨는데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치매로 이곳에 오셨는데 나를 보고 빙긋이 웃는 모습에 자상함이 묻어난다. 그런데 아직은 '주간보호센터'가 일반인들에게 요양원과 잘 구별이 되지 못해 어르신들이 오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점차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기관이 더 많이 알려져서 집에서 홀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없어질 것이다.


여기까지 온 사연도 다를 터이고 가정환경도 제각각일 것이다. 하나같이 한때는 총기와 재치가 넘쳐났을 어르신들이다. 그리고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기고만장했을 어르신들이 아닌가. 그러나 현재는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이기가 불편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닐 터이다.


한편으론 이처럼 우리 인간이 어르신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인데 이 광경을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창조주 여호와 하느님의 심정이야 오죽하실까 문득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한다.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육신과 정신이 서서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화장실 볼일조차 선생님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해야 하는 광경이 눈물겹다.


한편으로 이러한 장면은 나의 부모님의 나중의 모습이기도 하고 나와 아내의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애틋하다. 젊음의 한창때 누렸던 부귀영화도 나이가 들고 신체의 활력이 다하면 모든 게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자신의 잘남을 자랑하기보다 풀잎처럼 쉽게 시드는 초라한 인생임을 돌아보게 하며 겸손하게 한다.


그리고 이번 체험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사람들을 지극히 사랑하신 창조주와 아들 예수의 정신을 더욱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다가올 미래에 노인이 다시 젊음을 회복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 본다.

잠언 20:29 "청년의 영광은 힘이며, 노인의 영화는 백발이다."
이사야 65:20 "그곳에는 며칠밖에 살지 못하는 아기도 없고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노인도 없을 것이다. 백 살에 죽는 자도 아이로 여겨지고 죄인은 백 살리라 해도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다."
욥기 33:25 "그의 살을 어린 시절보다 더 고와지게 하고, 그를 젊음의 활력이 넘치던 날로 돌아가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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