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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Jun 10. 2024

스마트폰 케이스의 실수가 준 교훈

한동안 잘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조금 화면이 큰 기종으로 바꾸게 되었다. 지난번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큰 낭패를 본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당근으로 중고를 사게 되었다. 기종은 삼성의 S21+ 아주 고급 기종은 아니지만 내가 쓰기에는 괜찮을 것 같아 나름 나의 형편에 맞게 합리적으로 이 기종으로 선택했다.     


바쁜 약속 중에 자투리 시간에 맞춰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전문 매장을 찾아 잘 진열된 진열장에서 나에게 맞는 기종의 실리콘 커버를 고르고 나서 결재하고 포장 비닐도 뜯어보지도 않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


바쁜 일과를 마친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비닐을 뜯고 스마트폰을 끼워 봤다. 그런데 아뿔싸 왠지 모르게 크기가 양쪽 옆은 잘 맞았으나 위에는 조금 큰 게 아닌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내 눈으로 매장의 진열대에서 기종을 확인하고 구매를 한 터라 잘못될 리가 없어 황당하기만 했다.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영수증도 받지도 않고 가게를 나와버려서 더욱 난감했다. 마침 좋은 묘수가 없을까 고민하던 차 집에 있던 양면테이프를 써서 약간의 오차를 줄여 볼 생각을 했다. 그동안 수십 년간 갈고닦은 손재주를 발휘해서 스마트폰의 윗부분 여백을 두 겹의 두툼한 양면테이프로 어렵게 붙여 보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원래 제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아래쪽이 헐거워 이대로 계속 사용하게 되면 언젠가는 스마트폰이 부지불식간에 떨어져 중상을 입을 게 뻔했다. 


조심스럽게 사용하면 한동안은 버티겠지만 언젠가는 큰 사달이 날 게 분명했다. 양면테이프를 붙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스쳐 갔다." 아무려면 중국제가 그렇지 어떻게 이런 제품이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가 있지 품질 검사도 하지 않고 이렇게 내보낼 수가 있나"라는 생각부터 제조 업체와 품질 관리 한 사람들조차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제조업체는 그렇다고 치고 유통 업체는 그동안 이기종의 케이스를 산 고객들이 엄청나게 많았을 텐데 아무런 이의제기도 없이 버젓이 팔릴 수가 있지 이 또한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혼자만의 넋두리로 시간을 보내며 아직 시간이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더 늦기 전에 다른 케이스로 바꾸기로 마음먹고 다시 그 매장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어제 보았던 무섭게 생긴 덩치가 큰 여직원은 아닌 것 같았다. 이어서 나는 케이스가 잘 안 맞는 것 같아 교환하러 왔다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오늘 계신 분은 어제와 다른 여사장님이셨다. 여사장님은 아 어제 우리 여직원 있을 때 사간 제품이라고 하시며 기종을 잘못 선택해서 사가셨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사간 케이스는 약간 큰 S20울트라 기종의 케이스였다. 나는 그제야 S20+ 한 칸 옆의 케이스를 내가 잘못 골랐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사장님께서는 친절하시게도 원래 케이스에 지문이 묻으면 바꿔주지 않는다고 하시면서도 흔쾌히 교환해 주셨다. 안성맞춤이라는 게 이런 거였구나 싶을 정도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제대로 된 케이스였다. 이번 실수를 경험하면서 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중 한 가지는 어떤 일을 할 땐 서둘지 말아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제품을 고르고 포장지에 인쇄된 모델까지 확인했다면 이런 불상사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기와 관련된 제품은 가능하면 그 자리에서 끼우거나 입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현장에서 바로 제품의 크기를 확인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실수였다.     


그리고 느끼게 된 점은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거나 원망하기보다는 먼저 나에게 문제가 없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제조업체와 유통회사까지 마음으로나마 원망했던 자신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사고는 비록 금액으로 치면 단돈 5,000원에 불과한 작은 스마트폰이었지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겪게 될 다양한 잘못들에 앞서 예방 주사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첫 조상 아담의 불완전함을 유전 받은 우리는 본의 아니게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들은 자신에겐 하나의 역사가 되어 기억 속에 남겨지고 배우게 된다.   

  

영국 시인이자 철학자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는 이렇게 기술하였다. “인간이 역사로부터 배울 수만 있다면, 역사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교훈을 가르쳐 줄 것이다!”라고 말이다. 오늘 하루도 오천 원의 스마트폰 커버를 보고 만질 때마다 얼마 전 경험하게 된 소중한 추억이 되살아난다.     

잠언 28:13 "자기 죄를 덮어 가리는 자는 성공하지 못하지만, 죄를 고백하고 버리는 자는 자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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