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로 열대 지방을 방불케 한다. 아스팔트도 녹일듯한 강렬한 햇빛을 피해 그늘로 몸을 숨기기 바쁘다. 갑작스러운 무더위와 함께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늘어난 체중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전과 다르게 예전에 걷던 빠른 걸음과 계단 오르기가 여간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파트 계단을 오를 때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다리에 힘이 없어 한 계단을 오르기도 힘겹다. 가만히 보니 이러한 고민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집간 딸과 반려견 "율무" 역시 공통으로 과체중으로 힘들어한다. 작은 키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다 보니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올여름이 무섭기만 하다. 그래서 더는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 전에 올해는 반드시 체중 조절을 해야 할 비상시국이다.
폭염의 기세에 짓눌려 아직은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지만,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면 본격적으로 운동해 볼 작정이다. 나는 정상 체중보다 약 5kg 이상을 빼야 하고 "율무"는 수의사로부터 약 1.5kg을 빼야 한다는 걱정스러운 진단을 받고 우리는 비만과의 전쟁에 돌입해야 할 위기 상황이다.
이렇게 된 원인을 돌이켜 보면,우리 셋은 공통으로 식탐이 많다.
모든 사람과 원만히 지내려는 성격과 비슷하게 다양한 음식들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이처럼 대부분 음식을 즐기는 탓에 식탁에 먹는 것만 있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순식간에 사라진다. 우리 "율무"역시 이러한 식탐에 뒤지지 않는다. 아내가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으면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고개를 들고 빤히 바라보며 언제라도 주기만을 한없이 애처롭게 쳐다본다.
그리고 식탁에서 조금이라도 부스럭 소리만 나면 언제 들었는지 식탁 의자 옆에 다소곳이 앉아 무슨 맛있는 걸 입에 넣는지 빤히 쳐다보는 통에 혼자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빵이며 과자며 채소 과일 등 우리가 먹는 대부분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그리고 어쩌다 의자를 안쪽으로 밀어 넣지 않으면 언제 올라갔는지 의자에 올라 식탁 위의 냄새를 풍기는 음식들은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몇 번의 이런 사고 때문에 이제는 습관처럼 식탁 의자를 안으로 꼭 밀어 넣는다.
식탐을 줄이기 위해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낸 것이 골방에 몰래 숨어서 먹기 위해 문을 닫고 먹는 시도를 한다. 하지만 무슨 냄새와 소리를 들었는지 잠시 뒤 닫힌 문을 발로 긁어대는 탓에 숨어서 먹기도 쉽지 않다. 좀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한 것은 "율무"가 잠들 때를 기다렸다가 먹는 것이다. 한 번은 문을 닫고 침대 위에서 자는 모습을 보고 옆 방에서 문을 닫고 몰래 먹다가 언제 왔는지 닫힌 문을 마구 긁어대서 들킨 적이 있다.
냄새와 소리에 얼마나 민감한지 실감 나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먹을 때마다 가리지 않고 주다 보니 살이 찌게 한 주범이 박절하게 끊지 못한 내가 원인이 된 것 같다. 최근에 "율무"의 체중이 눈에 띄게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산책 중 조금만 걷다가도 힘이 드는지 좋아하는 산책을 마다하고 공원의 벤치 의자로 올라가 숨을 헐떡거리며 앉아서 쉬는 경우가 부쩍 잦아진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율무"의 건강을 생각해서 매몰차게 주지 말아야 함을 잘 알면서도 그게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것만 주고 다시는 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껄떡거리며 식탁 밑에서 고개를 빤히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 고기며 과일 등을 조금씩 주다 보니 살이 찌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식사 외에 군것질을 좋아한다. 시집간 딸아이는 저녁을 먹고 나자마자 빵과 아이스크림을 사 오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이러한 것을 물리치는 것은 "군인이 전쟁에서 성을 빼앗는 것"보다 힘이 들 정도다.
이처럼 우리는 먹는 것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쓴다는 것이다. 자나 깨나 먹는 생각이다. 낮이면 나도 모르게
"오늘 저녁에는 무얼 먹지"라고 생각하며 메뉴와 요리를 떠올린다. 최근에 우리 셋은 비만의 심각성을 깨닫고 올해 중에는 건강에 더 큰 이상이 오기 전에 뭔가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무조건 살을 빼야 한다.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즐기던 야식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운동량은 늘려서 체중 조절을 해볼 작정이다. 낮에는 매일 만 보를 걷고 저녁에는 집 근처에 큰 운동장이 있어 달리기해 볼 생각이다. "율무"가 우리 집에 오면 먹는 걸 조금 적게 주고 운동량을 늘려서 정상 체중을 되찾도록 해볼 작정이다. 그래서 예전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사람과 동물 사이의 평화는 물론 모든 사람이 건강을 염려하지 않고 먹는 것을 마음껏 즐기는 때가 오기를 고대한다.
이사야 11:6-9"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지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사자*와 살진 동물이 모두 함께 있을 것이고, 어린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닐 것이다.~ 물이 바다를 덮고 있듯이, 땅이 여호와에 관한 지식으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