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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처럼 Oct 05. 2024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

"부드러운 애정을 가지십시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은 때이다. 바쁘고 할 일이 많은 까닭에 더욱 그렇다. 최근에 교우 중 한 분인 김형제으로부터 언제 한번 저희 부부와 식사를 하자고 하신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 10월 3일 연휴를 맞아 함께 식사를 하면 어떠냐고 하루 전 연락을 받았다. 얼떨결에 받은 반가운 초대라 아내와 난 다른 일정을 미루고 함께 하기로 했다.


김형제는 건설 회사를 운영하고 계셔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분이다. 그런데 우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시겠다고 하니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더구나 남양주 자신의 별장에서 손수 기른 토종닭을 직접 잡아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신다고 하니 특별한 호의를 베푸신 것이다. 더구나 아침 일찍 자가용으로 직접 운전까지 하셔서 우리 부부를 태우러 집까지 오셨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차량에 동승해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연휴를 맞아 팔당댐 근처에서는 차량들이 전진하지 못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거북이걸음을 한다. 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는 차 안의 시간이 지겹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한참을 걸려 드디어 목적지에 도칙했다. 제일 먼저 전 날 몇 시간을 준비하셨던 토종닭을 보러 마당으로 갔다. 커다란 솥에 다소곳이 누운 토종닭은 홍삼, 대추, 약초까지 우려내어 국물이 마치 보약을 다린 것처럼 뽀얗다. 마당 한편에서는 동료가 밤새 안녕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닭 몇 마리가 모이를 찾아 쏘다닌다.

특히 이번 식사 초대가 특별한 것은 간단히 동네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해도 고마운 일인데 이틀 간의 시간과 노력을 희생하신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감사하다.


더구나 연세도 있으신데 별장에서 기른 닭을 손수 잡아서 손님을 초대하는 마음을 쓰신 것이다. 별장은 철골로 잘 지어져 거실 공간이 툭 터져 시원해 보인다. 그리고 주변엔 온갖 나무들과 풀들로 둘러싸여 코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공기는 상쾌하다.


그리고 함께 갔던 박형제는 설거지와 냄비로 한 즉석밥까지 솔선해서 나선다. 옆에서 잠깐 도우던 나는 형제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박형제의 마음을 느끼게 되니 오늘의 모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 무렵 바깥 마당에서는 소나무 가지로 솥이 다시 데워지고 있다. 또한 거실의 무거운 원목 식탁에는 접시와 수저 및 김치등이 토종닭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애타게 기다리던 토종닭이 식탁으로 올라왔다. 고기의 식감은 약간 질긴감은 있지만 마당을 뛰어다니며 헬스로 다져진 몸통과 다리 근육의 담백함과 여러 약초향이 물씬 전해진다. 일반 식당에서는 도저히 먹어보기 힘든 진정한 토종닭 요리였다. 여기에 오래된 묵은 김치까지 어우러지니 조화로운 맛이 일품이다.


식사 후 집 근처의 텃밭을 구경하러 나셨다. 이 지역은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군청에서 나눠 준 퇴비가 밭에 뿌려짐으로 이를 먹고 자란 무농약의 싱싱한 고추와 보라색 가지, 옥수수, 포도들이 탐스럽게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김 OO형제는 커다란 하얀 비닐을 준비하고 터질 정도로 많이 따서 넣으라고 성화이시다. 시중 채소 가게에서 는 보기 힘든 커다란 가지는 마치 고대 성서 시대의 가나안 땅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그리고 잠시 소화도 시킬 겸 마을 산책을 나셨다. 집집마다 녹색 잔디밭 마당이 있는 평화로움이 전해진다. 잠시 다가올 신세계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아닌 호숫가에  통나무로 지어진 나지막한 집들의 모습을 잠시 그려 본다.

마을을 산책하며 마을의 형성 과정과 마을에서 있었던 도로 개설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길을 걸으며 김형제의 뒷모습을 보니 백발이 눈에 많이 뜨인다. 얼마 전 병원에서 큰 수술까지 하신 탓에  몸이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도 않았음을 생각하니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이러한 희생적인 사랑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행로를 몸소 보여주신 것이라 감동스럽다.


사실 우리가 배우는 것과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이처럼 사랑을 나타내시니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멋진 식사였다.


아무쪼록 속히 건강을 회복하셔서 함께 좋은 추억들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염원하는 다가올 신세계에서 매일 사랑하는 형제들과 함께 할 아름다운 연회를 더욱 기대해 본다.

로마서 12:10 "형제 사랑 안에서 서로 부드러운 애정을 가지십시오."
이사야25:6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 산에서 모든 민족을 위해 푸짐한 요리와 좋은 포도주로 연회를 베푸실 것이니,골수가 가득한 푸짐한 요리와 잘 거른 좋은 포도주로 연회를 베푸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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