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아침에 포항행 KTX 열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차 시간이 다가와 서울역 구석 분식집에서 뜨끈한 어묵으로 간단히 속을 달랜 뒤 승강장으로 올랐다.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아내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볍다. 마치 소풍 전날의 설렘으로 밤잠을 설치던 어린아이처럼 설렌다.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창밖 풍경이 점점 제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 하늘은 넓은 도화지처럼 펼쳐지고, 하얀 구름은 그 위에 자유롭게 그려진다. 초록의 산과 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지며 고향 같은 평온함을 안긴다. 그 풍경 속에서 아내와 나눈 짧은 대화는 어느새 시간을 앞질러, 열차는 이미 포항역에 닿아 있었다.
형님은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햇살은 뜨겁게 쏟아지지만, 그 친절함 덕분에 마음은 오히려 시원했다.
저녁에는 푸짐한 회 한상 앞에 마주 앉아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식사 후에는 처형과 아내와 함께 해도공원을 지나 포항제철 옆 산책길을 걸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불빛들이 형산강 물결 위로 흩어지며 공장의 무거운 빛깔을 도시의 화려한 야경으로 바꾸어 놓았다. 불빛 속에서 오랜만에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두 자매의 모습이 무척이나 정겹게 보인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영천으로 향했다. 아내의 어린 시절 고향집에 가기 전, 보현산댐 출렁다리에 들렀다. 사방을 에워싼 초록빛 산세와 호수의 고요한 물빛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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