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어준다는 것

by 윤창영

이야기가 있는 시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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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


전정기관염이 쉽게 낫지 않는다. 아내가 부황기를 사서 내 등에 놓아주었다. 등에서 부황기를 통해 몸속의 나쁜 물질들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아내가 사진을 찍어 보여 주었는데, 등이 꼭 햄처럼 붉고 물집이 곳곳에 솟아올랐다. 보기에도 징그럽고 온종일 가렵다. 잠잘 때도 등이 아파 이리저리 뒤척거린다. 등에 부황을 뜸으로 해서 몸이 많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부황을 뜨며 든 생각은 평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곳이지만 아프면 치료를 하는 곳이 바로 등이구나 하는 것.

등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앞을 가꾸면서도 상대적으로 등은 잘 가꾸지 않는다. 가꾸지 않더라도 등은 배처럼 툭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별 탈이 없어서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일에 대해 등한시한다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등이 튼튼해야 몸이 건강하다. 등이 휘지 않아야 몸이 반듯하다. 매일 보고 가꾸는 앞과 비교해 등은 언제나 그대로이다. 일반적으로 등을 보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앞과 등은 다른 세계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보이는 앞은 꾸밀 수가 있지만, 등은 꾸밀 수가 없다. 등은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등의 모습은 다르다. “떠나는 그대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 사람의 등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묻어있다. 앞만 보면 잘 보이지 않는 마음 속 아픔이 등에 묻어난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 포옹을 할 때도 등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방의 등을 볼 때가 있다. 그것은 품어줄 때이다. 내 품으로 상대방을 쏙 넣어 품어줄 때 비로소 상대방의 등을 제대로 볼 수 있다.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뱃속은 걱정을 모르는 곳이다. 태어난 후 어머니의 품속은 사랑이 가득한 따뜻한 곳이다. 품속은 그런 특별한 곳이다.


품어준다는 것


누군가의 등을 보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을 보는 거다.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품속에 넣고 내려 보아야

비로소 등이 보인다.


품속은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곳이다.


품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안정된 곳에

있게 하는 것이다.


품에 품고

등을 쓸어줌으로

아픔은 위안을 받는다.


진정한 사랑은

마음으로 품는 일이다.

아픔까지 품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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