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다
“당연의 법칙”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당연한 장점이 있고, 당연한 단점이 있다. 부부생활에서도 이런 법칙이 존재한다. 상대에 대해 장점 발견자가 되느냐, 단점 발견자가 되느냐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정해진다. 난 가능하면 상대방의 장점 발견자가 되어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겠지만 현실에서 잘 되지 않는다. 이러면 어떨까? 미리 상대방에 대한 장점 몇 가지 정도는 생각해 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칭찬을 해준다면, 상대방도 나에게 그러하지 않을까? 그러면 훨씬 부부관계가 존중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되고, 보다 행복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생각해보면 난 칭찬에 참으로 인색한 사람이었다. 말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의도적인 칭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요즈음 아내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문득 전에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났다.
한번씩 아내가 나에게 이렇게 물을 때가 있다.
“나 좋은 사람이야?”
“맞아. 당신 좋은 사람이야.”
“뭐가 좋은데 말해줄래?”
이렇게 물어오면 딱히 해줄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막상 말을 하려니,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의 좋은 점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글로 한번 써보고 싶었다. 글로 쓰면 머리에 남는다. 그래서 아내가 나의 장점이 뭐야? 라고 물었을 때 바로 이야기해주리라. 또한, 묻지 않아도 내가 생각하는 장점을 발휘하는 순간이 있다면 타이밍을 잘 잡아 칭찬해주리라. 내가 하는 칭찬이 아무리 어색해도 그것을 듣는 아내는 자존감이 상승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사람마다 장점은 다 다르다. 내가 생각한 아내의 장점은 이렇다.
첫 번째, 말을 아주 재미있게 한다.
아내의 말은 글의 소재가 될 만큼 아주 흥미롭다. 어떻게 저런 말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까 정말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내의 입은 꼭 말을 만들어내는 기계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쫑알쫑알 쉼 없이 내뱉으며 하는 것이 꼭 새와 같아서, 그것을 소재로 ‘쫑알새’란 시도 적었을 정도이다. 또한, 아내는 어떤 상황이나, 모임 등에 대해 특징을 잡아 참신한 이름도 잘 짓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 저녁으로 토크 타임을 갖는데, 저녁에 하루 있었던 일을 들으면, 꼭 직접 옆에서 본 것 같을 정도로 말로 묘사하는 것이 탁월하다. 예전에는 말 많은 아내라고 생각하며, 아내가 말을 하려하면 귀부터 막았는데 내 생각을 바꾸니 그런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요즈음은 아내가 말을 하면 맞장구를 쳐준다.
“스피치 강사하면 참 잘 하겠어.”
두 번째, 사교성이 좋다.
교회에서 구역 식구들을 사귀거나, 어떤 강좌를 들으러 가서 사람들을 잘 사귀고 친하게 지낸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을 사귀어 집에 데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내를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이 드물다. 무뚝뚝한 내 모습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표정 없는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 상대방에게 기쁨을 준다. 아내는 가능하면 웃으려하고 다른 사람이 편하도록 하는 등 성격도 아주 원만하다.
어머니가 콩나물 장사를 하시기에 가을만 되면 촌으로 콩을 사러 다닌다. 가기 전에 언제 간다는 연락을 하면, 그곳 할머니들은 꼭 아내와 같이 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아내는 그분들에게 살갑게 대하니 그분들은 아내에게 고구마, 채소, 고추장, 무, 시래기, 찹쌀 등을 한 아름 챙겨주신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칭찬을 해준다. 그러면 아내는 으깨가 으쓱해진다.
“사교성 좋은 아내 덕에 콩 사러 갈 때마다 덤을 얻네.”
세 번째, 실천력이 좋다.
아내는 유투브를 자주 듣는다. 그곳에서 좋은 내용을 들으면 꼭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목사님의 설교라든지 법륜스님의 강연이라든지, 기타 자기계발 강연을 들으면 꼭 실천을 하고자 노력한다. 그곳에서 자신이 모르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도 아내의 직장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평소에 호의를 베푼 후배가 아내를 왕따시키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내는 그 일로 악몽까지 꾸었다. 나에게 조언도 구하고 유투브를 들으며 배운 것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자는 것이었다. 그것을 실천한 결과 그 후배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지금은 더욱 가깝게 지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꼭 좋은 말을 들으면 그것을 생활에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방금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장동건 형님, 나 김희애 동생으로 불러줘.”
사람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라는 유투브를 보고 금방 실천한 것이다.
“그렇게 불러줄게.”
본의 아니게 아내는 우리를 연예인 가족으로 만들었다.
“당신은 정말 실천력 하나는 타고났어.”
네 번째, 항상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직업과 가정이라는 쉽지 않은 생활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항상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조리사 자격증도 땄으며, 문화지도사 과정도 수료하였고, 상담심리사,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배우러 다닌다. 그리고 현재는 글을 쓰는 나에게 자극을 받아 수필 강좌를 들으며 수필을 배우고 있다.
언젠가 아내가 미용 기술을 배워 내 머리를 깎아준 적이 있다. 그리고 함께 사는 노모에게 자랑을 했다.
“어머니 제가 이발 기술을 배워 성원이 아빠 머리를 깎아주었어요? 어때요?”
그러자 노모는
“영(나)이가 머리를 대주니 니가 얼마나 고맙겠노!”
‘잘했다’라는 칭찬을 기대한 아내는 황당해 하였고, 그것은 두고두고 노모의 아들 사랑의 예로 이야기되고 있다. 우리에게는 소중한 추억이다.
다섯 번째, 동물을 사랑한다.
우리 집에는 애견 축복이와 고양이 새벽이가 있다. 그 둘에게 너무 잘해주기 때문에 축복이와 새벽이는 아내를 꼭 자기 엄마인줄 알고 따라다닌다. 축복이는 아내가 없으면 밥도 잘 먹지 않을 정도로 아내를 좋아하고, 실내에서도 아내만 졸졸 따라 다닌다.
새벽이는 길고양이 출신이다. 둘째 아들이 길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아내는 그런 길고양이의 엄마를 자처했다.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기도 하고, 겨울철에는 마당에서 지내는 길고양이 새벽이를 위해 춥지 않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새벽이 집은 거의 거의 다섯 채가 넘는다. 그런 아내의 배려를 아는 지 새벽이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돌아오는 아내를, 대문 옆의 기둥 위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고양이가 도도하다는 말은 최소한 새벽이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내를 따른다. 항상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
여섯 번째, 신앙심이 두텁다.
새벽기도를 나가기도 하고, 금식을 하며 기도할 정도로 신앙심이 두텁다. 이런 신앙심은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나와 아들로 인해 좌절할 때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다시 일어나 있을 곳에 굳건하게 서 있었다. 그것은 신앙의 힘이었다.
또한, 고질병을 기도로 나은 적도 있다. 처녀 시절 사고로 항상 한쪽 다리에 통증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집회에 가서 치유 기도를 받고 나았다.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지만 어쨌든 아내에게 일어난 일이며, 그것은 두터운 신앙심의 결과라고 아내와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하는 말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일곱 번째, 나누어 주기를 좋아한다.
우리 집 앞에 독거노인이 산 적이 있다. 아내는 그것을 알고 수시로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주곤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내는 무언가를 만들면 주변에 나누어 먹기를 좋아한다. 1년에 한 번 매실액을 만드는데, 항상 주위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다. 다른 효소든, 고추장이든 된장이든 마찬가지다.
나누어줄 때는 형식적으로 주지 않는다. 두 번 손이 가지 않게 신중을 기한다. 서울에 사는 노태권 형님에게 갈 때 회를 사다 준 적이 있는데, 찹쌀과 곡식을 섞은 밥과 출발 당일 얼음을 넣어 밀봉한 회, 전날 사서 식초를 넣고 씻은 상추, 먹기 좋게 자른 마늘과 고추, 매실액과 여러 가지 재료를 넣은 초장 등 먹기에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형님과 형수님은 감동을 하였고, 정성이 가득 담긴 문자를 보내주었다. 다음은 노태권 형수님이 아내에게 보낸 문자다
경미야!
너무나도 오랜만에 푸짐하게 상추, 깻잎, 고추, 오이
더불어 찹쌀밥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따뜻한 마음의 정성이 우리부부에게 펴져서 감동과 함께 희열을 맛본다.
그 고마운 배려의 마음을 사랑한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가 성공으로 이끌어 가게 되어있단다
고맙다❤
여덟 번째, 사람을 잘 기억한다.
한 번 본 사람은 잊어버리는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람 기억을 잘 한다. 그에 빗대어 경찰을 하면 아주 유능한 경찰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오래 전에 만난 사람을 다시 기억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기도 한다.
둘이 함께 길을 가다가
“여보, 저 사람 언제 무엇 무엇을 한 사람이야.”
라고 속삭여준다. 그 말을 들으면 정말 맞는 것 같다. 30년이 넘은 사람도 다 기억을 한다. 정말 그런 경우를 당할 때마다 신기해한다.
아홉 번째, 가족이 우선이다.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 항상 가족을 생각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헌신한다. 예전에는 그것을 헌신이라 생각하지 않고 간섭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꼭 입을 대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귀찮아하곤 신경질을 부리곤 하였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것이 아내의 헌신이고 사랑의 표현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내의 가족을 위한 헌신은 꼭 내 아내만의 닐이 아니라 많은 아내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은 당연시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 땅의 남자들도 아내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열 번째, 책임감이 강하다.
아내는 지금 중학교 방과 후 국어와 초등학교 논술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이 맡은 아이에 대해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자신이 주어진 책임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수업을 마치면 항상 학생들의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낸다. 오늘 어떤 수업을 하였으며, 학생의 수업 상태는 어땠는지. 물로 회원 관리 측면에서 하는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한 책임감이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것에도 일조를 하였다. 우리 가정이 위기에 처했을 때,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자리를 지키며 굳건하게 버텨준 까닭에 오늘의 우리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내의 장점은 이외에도 아주 많다. 그런 장점이 많은 사람이 내 아내여서 행복하다. 물론 단점도 없을 수 없겠으나, 특별하게 글로 쓸 만큼의 단점은 생각나지 않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이렇게 정리하여 두니 부듯하다. 앞으로 아내와 생활하면서 수시로 이런 장점을 이야기하며 칭찬의 말을 해주고 싶다. 그것이 아내와 행복하게 사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쯤 배우자의 장점에 대해 적어본다면 평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장점으로 생각되어질 것이며,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내가 나에게 한 말이 있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