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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Mar 21. 2018

행복의 질량

행복은 저축이며, 이자는 덤이다.

*행복의 질량    


행복은 크기가 아니고 무게다. 큰 즐거움이 한번 일어난다고 해서 내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작고 소소한 즐거움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행복이다. 즉 빈도가 잦을수록 그만큼 느끼는 행복의 질량은 커진다는 말이다.    

중부 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신 요즈음 너무 글에만 빠져 있는 것 아닌가요? 둘째와 함께 시간도 보내주지 않고.”


전화를 받으니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7시에 나와 저녁 10시까지 글에만 빠져있으니 아내의 말에는 약간의 불만이 묻어있었다. 순간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행복하자고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글을 쓰는 것이 아내를 불편하게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노트북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갔다.


“혼자 집 치우기가 좀 힘이 드네요.”


라는 말을 듣고 바로 집 치우기에 들어갔다. 먼저 둘째 방에 들어가니 방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둘째와 함께 방을 치웠다. 떨어진 옷을 걸고 쓸고 닦아서 조금 과장하면 팬션 수준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는 진작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한 책상을 둘째 방에다 넣어주었다. 집 치우기가 대충 끝이 나자 둘째에게


“오늘 영화 보러 가자.”

라고 이야기했더니 의외라는 듯이 쳐다보았다. 둘째는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요즈음 재미있는 영화 뭐가 있노?”

“아빠, 지만갑이라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아주 슬픈 영화가 요즈음 대세입니다.”

“그래? 좋아 그 영화 보러 가자.”    


그렇게 해서 둘째와 영화를 보러 나왔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봄인데도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지만갑은 죽은 엄마가 다시 살아와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장마철을 보내다 다시 떠나간다는 슬픈 영화였다. 하지만 슬픔에만 국한되지 않고 슬픔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평소 비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영화 상영 내내 비 내리는 풍경이 좋았고, 비에 얽힌 스토리가 좋았다. 그리고 젊은 날의 사랑이 비처럼 순수하게 그려져 옛 추억이 떠올려지기도 했다. 아주 슬픈 영화라서 눈물 좀 흘릴 거라는 둘째 말은 맞지 않았다. 잔잔하게 그려지는 장면들이 슬픈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은 한 편의 동화책을 읽은 기분이었다. 처음에 펭귄 동화로 시작을 해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동심을 느낄 수 있어서, 나름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 같은 동화를 한번 지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동화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의 씨앗이 내 마음 속으로 날아와 심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꼭 지어보아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계속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아내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칫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라도 가정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아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즉시 들어주려고 한다.


오늘 아내가 시간이 나면 1층에 있는 테이블을 2층으로 옮겨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예전 같으면 미루고, 몇 번이나 독촉을 받고 나서야 움직였지만, 오늘은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옮겨주었다. 아내는 감탄을 하였다. 그런 아내를 보고 여자는 이렇게 작은 일에 감탄을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돈으로 비싼 선물을 사주는 것도 좋겠지만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배려가 더 아내를 감동시키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중부 도서관에 와서 글을 쓰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가족카톡방에 행복한 가득한 얼굴을 한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햇살뽀샵!

이게 다 너거 아부지 덕분인기라. 아들들아 알겄나! 여자를 편하게 해야 집안이 잘 되는기다. 명심하시오!”    


행복이 저축되어 질량이 점점 더 늘어난다. 하루하루 행복의 이자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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