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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Mar 22. 2018

*시어머니가 로또라고 말하는 며느리

나는 이런 아내를 사랑한다

  

“엄마는 로또다.”    


보통의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같이 살기를 원치 않는다. 시어머니가 싫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아내는 시어머니와 사는 것을 로또라고 말할 정도로 좋아한다. 내 어머니는 다른 시어머니보다 특별하게 마음이 너그럽거나,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차라리 다른 시어머니보다 고집이 세고 화도 잘 내며, 십 몇 년 전에 치매 판정을 받은 적도 있어 합리적이지도 못하다. 어머니는 깨끗하지 않고 버리는 것을 싫어하며, 조금이라도 낭비하는 것을 보면 불호령을 내린다.


잘 된 것은 아들 덕분이며, 잘못된 것은 며느리 탓이다. 그런데도 아내가 시어머니와 사는 것을 로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모든 것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호랑이 시어머니지만 우리 가족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내는 간혹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아내는 어머니의 화를 비켜갈 줄 안다. 그렇기에 같이 살면서 어머니와의 불화가 문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다. 어머니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아내는 그것을 교묘하게 피해나간다. 피해나가는 데는 선수다.


어머니의 성격은 화가 나면 불같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평온해진다. 그러니 그 순간만 지나버리면 되는 것을 아내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어머니가 아내에게 교육을 받는다. 아내가 어머니를 교육시키는 방법은 이렇다.    


“어머니 우리와 같이 사는 게 좋아요? 싫어요? 빨리 좋다고 말하세요.”

그러면 어머니는

“좋다.”

라고 말한다.


“어머니 우리가 잘 되는교? 안 되는교? 빨리 잘 된다고 말하세요.”

“잘 된다.”


“어머니 손! 눈 감으소. 제가 기도할 테니 따라서 하세요. 하나님, 우리 아들 잘 되게 하시고 복 마이 주세요.”

그러면 어머니는 아내의 손을 잡고

“우리 영이 잘 되게 해주소.”    


이렇게 따라한다. 약간은 장난스럽게 대하는 아내가 싫지 만은 않은 것이다. 아내와 어머니는 서로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다르지만, 당신의 아들이자 아내의 남편인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여자의 입장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적과의 동침이 아니라 아군과의 공존이 되는 것이다.


아내는 한번씩 이런 말을 한다.

“어머니와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데, 그것을 모르기에 시어머니와 사는 것을 싫어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아내가 알기 때문에 다른 아들과 같이 살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사는 것을 아내는    

“엄마는 로또다.”


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시어머니와 사는 것이 아내 뿐더러 좋기만 할까 만은 그래도 이렇게 말을 해주니 아들은 얼마나 든든하고 좋을 것인가. 나는 이런 아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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