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학개론1-행복한 습관이 행복을 가져온다
“황금빛 햇살이 눈부신 봄날 아침입니다. 너무 눈부셔서 당신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전화를 했어요.”
신혼 어느 봄날 아침에 회사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전화를 걸어 한 말이다. 눈부시게 화창한 봄 날 아침이었고, 아내의 뱃속에는 아이가 들어있었다. 신혼시절 우리가 살았던 집은 태화강변 옆이었다. 비록 전셋집에 살아도 부러울 것이 없는 날들이었다.
“빗소리가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전화했어요. 당신 비 좋아하잖아요.”
신혼집에는 플라스틱으로 달아낸 지붕이 있었고 비가 내리면 그 소리는 실로폰 소리처럼 크게 음악처럼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아내는 내 생각을 했고 일하는 내게 전화를 걸어주었다. 김용택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의 시처럼 아내는 햇살이 곱다고, 비가 내린다고 전화를 해주었다. 지나보니 그때가 참 행복했던 시기였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로 하여 행복함만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그때의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문제로 마냥 행복을 즐기지 못한 것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많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세상 일이 그런 것 같다. 행복하면 그냥 그 행복을 느끼면 되고 즐기면 되는데, 꼭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서 불안해한다. 지나버리면 생각도 나지 않을 그런 문제로. 나이가 드니 여유가 생겨서 그런 지는 모르겠으나, 행복하면 그냥 행복만 생각하면 되는 것 같다. 세상살이가 문제가 없을 때가 어디 있으랴? 찾아보면 끝이 없고,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한다면 언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 지금 행복하면 그냥 행복해하면 되는 것이다. 나중에 있을 문제를 앞당겨서 행복한 감정을 깨는 것은 살아보니 미련한 일이더라.
“요즈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요즈음처럼만 행복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아내는 간혹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그러면 나는
“무슨 소리야 이제 행복하기 시작인데, 앞으로 생각지도 못하게 더 행복해질 거야. 기대해.”
라고 말해준다. 행복하면 그냥 행복해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있는 문제는 미래에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문제가 대부분일 뿐이다. 그 문제가 행복을 깰 것이라고 미리 앞당겨 걱정할 필요가 없다. 행복할 때 그것을 즐기지 못한다면, 언제 행복해질 것인가?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는다면, 결혼한 지 한 세대가 흐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더 이상 나는 신혼이 아니다. 신혼 때의 그 황금 햇살은 없고 정오의 뜨거움도 지났고, 황혼을 앞 둔 시간만이 내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신혼 때처럼 행복하다. 아니 그때보다 느끼는 행복의 농도는 더 짙다.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왜냐하면 매일 매일 행복한 이유를 찾기 때문이다. 지금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신혼 때보다 더 큰 문제가 눈앞에 있다. 하지만 행복한 이유는 그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여유가 생긴 탓이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으면 더 이상 그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가정이든 문제가 없는 집은 없다. 문제가 있다고 불행하다면 세상에 행복한 집이 어디 있으랴. 자신의 발 등에 떨어진 불에 의한 고통이 다른 사람이 입은 전신 화상의 고통보다 더 큰 법이다. 자신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처럼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로 보지 않기에 행복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회피한다는 것이 아니다. 회피한다고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이유를 발견하는 눈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사랑가는 것은 평범하다. 나도 평범하게 살아간다. 그런데도 다른 평범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평범함 속에서 행복한 이유를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한 것이다. 문제가 표면화되었을 때 그때 해결 방법을 찾으면 되고, 해결되었을 때는 더 농도 짙은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내 능력 밖의 일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삶의 문제가 내 행복을 뺏어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장래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 고통은 감수하자.”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장래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 불행하다면 과연 장래에 바라던 행복이 와줄까? 오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지금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왜냐면 행복은 행복해하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습관이 행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지금 행복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