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피해갈 장치
*앗! 아내가 ‘짜증주의보’를 발령했다.
아내가 ‘짜증 주의보’를 발령했다. 아내는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짜증을 잘 낸다. 그 짜증이 과거에는 부부싸움으로 연결된 적이 많다. 일을 하고 피곤한 상태로 집에 들어가면 반갑게 맞이해주어야 할 아내가 오히려 짜증을 부린다면 좋아할 남편이 없다.
짜증이 잔뜩 묻은 얼굴과 말투로 나에게 지적을 하면, 나도 그와 똑같은 반응을 했다. 탁구공을 벽에 세게 치면, 그 강도로 튕겨져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내는 피곤의 정도에 따라 짜증의 강도가 결정이 되고, 나도 그 짜증의 강도에 따라 신경질적으로 반응을 하곤 했다. 어떤 때는 집에 들어갔다가 아내의 짜증에 화가 나서 다시 집을 나와 술을 마시러 간적도 있었다.(물론 술을 끊기 전의 이야기지만)
아침에 일어나 피곤이 가신 상태에서 전날 싸운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서로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때는 정말 허탈감마저 들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아내의 컨디션에 대해 예민해졌고, 전화 통화 할 일이 있으면 쉬라는 말을 잊지 않고 하곤 했다.
그리고 아내는 자신이 피곤하면 먼저 우리에게 짜증을 낼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는 당부를 했다. 오늘 아내가 ‘짜증 주의보’를 발령했다. 아내가 가족 카카오톡에 올린 글이다.
“홍익 김00 접근금지 주의보 발령합니다.
모처럼 휴일을 맞이하여 봄철 집정리를 한 결과
제 육체가 예민해져 이유도 모르고 접근했다가
호되게 다칠 수가 있으니
눈도 마주치지 말고 피하시길 바랍니다.^^
일이 빨리 끝나 목욕탕에 다녀와 예상보다 빨리 주의보 해제를 할
가능성도 높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제는 아버지 제삿날이라 오늘 새벽 2시까지 아내는 제사 뒷마무리를 했다. 그 후유증으로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도, 사전에 일정이 잡혀 있어 쉬지도 못하고 된장과 간장을 만들었다. 이와 같은 몸이 몹시 피곤한 상황이면 예전에는 예외 없이 우리 가족에게 짜증을 부렸다. 고생한 것을 이해는 하지만 그 짜증을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참고 참다가
“고생한 것 아니까, 이제 좀 그만해!”
라고 소리치며, 신경질적으로 대응을 하곤 했다. 그런 일을 수도 없이 겪었던 터라 피곤하고 짜증이 나는 경우가 생기면 미리 알려달라고 한 것이다. 아내의 카카오톡 글은, 우리 가족에게 짜증을 부릴 수 있으니 미리 조심하라는 내용이다. 이런 아내가 너무 귀엽지 않은가? 이처럼 부부생활에서도 이와 같은 신호를 보낸다면, 불필요한 불화는 피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아내는 자신의 호를 ‘홍익’이라 지었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에 따온 말이다. 홍익 김00. 아내에게 꼭 어울리는 호이다.
이처럼 부부싸움을 피해갈 장치를 사전에 협의해 둔다면 부부생활이 훨씬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