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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Apr 14. 2018

아내가 원하는 것 들어주기 프로젝트 8

*사람의 가슴에 희망을 심는 사람 - 이지선 작가 강연

*사람의 가슴에 희망을 심는 사람 - 이지선 작가 강연회


아침부터 비가 왔다. 논술수업을 하는 아내를 호계에 있는 초등학교까지 태워주고 근처에 있는 매곡도서관으로 왔다. 그런데 게시판에 이지선 작가의 강연회가 오후 2시에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져있었다.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안내문을 사진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그러자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둘째 아들과 함께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곳에서 집까지는 거의 30분이 걸리기에, 집으로 가는 것이 귀찮았고 괜히 문자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곡도서관은 차가 없으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라 아들에게 버스를 타고 오라는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아내에게 싫다고 변명할 이유는 충분했다. ‘일정에도 없던 일이고, 비도 오는데 다시 아들을 태워온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싫어요.’라는 문자를 보내려다가, ‘아내가 원하는 것 들어주기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7편까지 적었는데, 8편을 아직 적지 못한 것이다. 아내에게 아들을 데려오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집으로 출발했다. 새로 생긴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가는데, 비가 내리는 산을 둘러싼 구름의 정취가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다. 집에 도착하여 아들을 태우고, 중간에 아내도 태워서 매곡 도서관에 왔다.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인 이지선 작가는 2000년 7월 30일 대학교 4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신호를 받고 서있는데, 음주운전을 한 차가 뒤에서 박았다. 자동차가 불이나면서 전신의 55%가 3도 화상을 입게 되었다. 생사를 오고가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살아났고, 힘든 치료과정을 겪으면서 아픔을 극복하고 현재 포항 한동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삶은 선물이다.”

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였는데 내용이 너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다음은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사고는 누군가에게 그냥 일어나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나에게 일어났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가 난 뒤 의식을 잃었고 깨어나니 병원이었다. 의사는 처음에는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까지 시켰다. 그런데 극적으로 살아나자, 이제는 세상에 나가 생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수도 없는 수술을 했고, 얼굴이 너무 부어 물조차 먹을 수 없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간호사가 빨대를 입에 밀어 넣어 물을 빨게 했는데, 그때 맛본 시원함은 이제껏 물맛 중에 최고였으며, 그 물맛은 이후의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이기게 한 생명의 물맛이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그 물맛을 생각하며 힘을 내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면서 사고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해서 많은 절망을 하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이었고, 하나는 하나님을 찾는 것이었다. 교회에 가서 하나님에게 따지듯이 기도를 했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살려놓았으면 무언가 대책이 있을 것 아닌가요?”

그렇게 울면서 기도를 하고 있는데, 목사님이 가까이 와서 기도를 해주었다.

“사랑하는 딸아. 너를 세상에 세우겠다. 세상의 희망의 메시지가 되게 하겠다.”

그 기도는 목사님을 통해 나에게 주는 하나님의 음성 같았다. 끝이라고 생각한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희망을 만났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적어나갔다.     


처음에는 거울을 바로 보지 못했다. 그러다 점점 거울 속의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거울 속의 나를 보았을 때, 낯선 사람이 서있었다. 낯선 사람에게 인사를 하듯 ‘안녕’하며 인사를 했다. 앞으로 잘 지내자는 의미에서. 어려움을 극복한 데에는 가족의 힘이 컸다.


특히 어머니는 그런 와중에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씩씩하게 대해 주었는데, 사고 나기 전과 똑같이 대하는 어머니를 보고 계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은근 계모’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고통은 계속 되었는데, 죽을 때까지 이런 고통이 계속될까봐 두려웠다. ‘바꿀 수만 있다면 바꾸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실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고통이 없어지고 몸은 다 나았지만 흉터는 그대로 남았다.


그런 모습을 나와 가족들과 친구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주위의 시선이었다. 처음에는 무척 부담이 되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나는 연예인이다. 그러니 주위에서 나를 보는 거다.’라고. 그렇게 살아가던 중,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인간극장>에 출연하게 되었고, 일기로 적어두었던 나의 이야기도 책으로 내었다. 텔레비전과 책을 통해 장애를 가졌지만 같은 희로애락을 겪는 인간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한 것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처절하게 겪었던 일이 다른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은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파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손 내밀어주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 누군가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강연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마라톤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녀는 힘든 상황을 겪었기에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은 후, 장애자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 현재 장애 재단에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 재단의 홍보를 위해 뉴욕에서 마라톤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몸은 도저히 완주를 할 수 없는 상태였고, 단지 참여하는데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포기를 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단다. 마지막 7km 정도를 남겨두고 도저히 힘이 들어 포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누군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 플래카드를 들고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을 기다려준 그 교포의 응원이 새로운 힘을 솟아나게 만들었다고 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알 수 없었고, 결국 그 응원에 힘입어 결국 7시간이 걸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게 하며, 사람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희망이 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지선 작가의 강의는 한 편의 인간 드라마였다. 그것도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한 드라마였다. 그녀는 죽을 것 같은 고비를 수도 없이 넘겼지만, 그것은 죽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고 그만두지 않으면 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는 것은 선물이라는 말을 남겼다. 강연을 들으며 울컥하여 눈물을 글썽이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감동적이었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지선 작가가 생각날 것 같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아내와 아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녀는 분명 사람의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사람이었다.     


강연회를 마치고 비 오는 주전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했다. 비가 내린 해안도로는 충분히 감성적이었으며, 그 광경을 동영상으로 찍어 서울에 있는 큰아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한 식당에 들러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우리의 단골 카페인 ‘그냥’에 가서 고양이와 함께 놀았다. 어둠이 내려올 즈음 그곳을 나와 아들을 집에 태워다 주고 아내와 나는 ‘품’이란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토요일은 낭만부부’라는 이름을 걸고 토요일마다 아내와 함께 바닷가로 경주로 놀러 다니며 글을 쓴 지도 벌써 7개월째이다. 토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개별 약속을 만들지 않고 온전히 하루를 아내와 나는 함께 보내고 있다. 그 시간은 신혼시절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끼게 했으며, 좋은 추억들로 쌓여있다. 그리고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이런 시간은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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