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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창영 Apr 14. 2018

*과도한 음주, 그 안타까운 일.

*과도한 음주, 그 안타까운 일.    


그와 내가 인연이 된 것은 8년 전 인테리어를 할 때였다. 그 당시 알코올 중독에 빠져 매일 술을 마셨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둘은 어울려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런데 어제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얼굴 잊어버리겠네요. 술 한잔 하입시더.”

“나 술 끊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


하고 그를 만나러 나갔다. 내가 술을 안 마시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는 나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다. 살아가는 힘든 이야기를 나에게 털어놓았다. 지금 막노동을 하는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덩치는 컸지만 마음은 무척 여렸기에, 그를 보니 예전에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다.    


“너를 힘들 게 하는 그 사람들은 너와는 별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너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 내가 회사를 그만 둘 때, 나의 상사였던 부장의 멱살을 쥐고 싸웠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난 많은 고생을 하였다. 너도 내 고생한 것 눈으로 보았지 않느냐. 그때 참지 못한 것이 많이 후회가 되더라.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당시 나의 상황은 긍정적인 측면도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측면만 생각하고 술을 마셨기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그때는 회사를 그만 둘 정도의 일이 아니었지만, 이 일이 아니면 내가 못 살겠나 하는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그 때문에 나만 힘들어진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힘들어졌다. 너도 한번 생각해봐라, 몇 년 후에 오늘을 생각한다면, 너가 지금 이렇게 힘들어 하는 일이 아마 생각도 나지 않은 일일 뿐일 거다.”


“형님 말이 맞아요. 저한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형님밖에 없네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고 싶으면, 너의 일을 해라. 한 1년만 술을 끊고 종자돈을 모은다면 2천만 원은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돈으로 작은 식당을 하든지 한다면 발전할 수 있다. 아니면 기술을 배워라. 그 기술을 바탕으로 일을 한다면, 오늘처럼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며 살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막노동에서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라.”


그러자 술이 약간 된 후배는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한탄하며 말을 이어갔다.


“형님, 제 인생은 왜 이렇게 불행하지요?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고, 15살 때부터 막노동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으니, 제가 많이 불행한 것 같아요.”


그는 올해 서른아홉의 남자다. 어릴 때부터 막노동을 하였기에, 막노동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다. 몸무게도 100kg이 넘는 건장한 청년이며,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산다.    


“넌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아직 젊고 돈도 그 정도면 적게 버는 것이 아니다. 몸도 건장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가 있고, 그리고 성실하고 착하다. 문제는 술을 마시는 것이다. 매일 술을 마시니 돈은 돈대로 쓰고 정신은 정신대로 병들어 가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너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게 술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술을 끊으니 다른 세상이 보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소주가 세 병을 넘어갔다.


“형님이야 많이 배웠으니 술도 끊고 새 생활을 시작할 수 있지만, 저는 배운 것이 없어 형님처럼 그렇게 하지 못해요.”

“무슨 소리야 술을 끊는 것은 가방끈이 길고 짧고의 문제가 아니다. 너도 충분히 끊을 수 있다. 내가 술을 끊을 때는 병원에 다녔다.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을 먹으니 그냥 끊겠다고 결심했을 때보다 쉽게 술을 끊을 수 있었다. 너도 내일 나와 같이 내가 다닌 병원에 가자.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술을 끊도록 해봐.”


“형님, 제가 술을 마시는 것은 외롭기 때문입니다. 형수님에게 이야기해서 여자 한 명 소개시켜주시면 안 돼요?”

“우리 집사람은 술이라면 진절머리를 치는 사람이다. 그런데 너처럼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소개를 시켜주겠나? 소개해줄 수는 있지만, 그 전에 너가 먼저 술을 끊어라. 그리고 외롭다고 술을 마신다고 했는데,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도 예전에 술을 마실 때 외로워서 술을 마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술을 마시기 때문에 외롭게 되는 것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후배는 소주 세 병을 마시고 2차를 가자고 해서 근처의 호프집으로 갔다. 그곳에서도 소주를 2병을 마셨다. 후배는 많이 취했고 더 마시면 내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그만 마시고 가자. 너 많이 취했다.”    


몸을 비틀거리면서도 후배는 한잔을 더 하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난 단호하게 그것을 거절했다. 후배와 헤어지고 돌아오는데, 옛날의 내 모습이 저랬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술만 마시지 않으면 후배는 결혼도 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많이 안타까웠다. 술을 마시는 문제는 비단 후배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불행한 이유를 찾아 술로 달래는 현실이다. 술을 마시면 취하는 기분. 일시나마 자기연민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는 있더라도 근본적으로 몸과 정신을 더욱 병들게 할 뿐이다. 물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절제된 음주까지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술이라는 것은 조절만 잘하면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과도한 음주가 문제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내 말을 듣고 후배는 당장 술을 끊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이 씨가 되어 언젠간 스스로 술을 끊어야겠다고 느끼는 날이 있을 것이다. 술을 끊을 생각을 하더라도 습관이 된 술을 금주하기는 쉽지가 않다. 의지와 의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비교적 쉽게 술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빨리 오게 되기를 기대한다.


"행복하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술에 취해 귀한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러 보내는 것은 진정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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