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바이러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고
태초에 비의 바이러스도 창조하시다.
비가 내리면
비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슴은
강물에 새겨진 물의 꽃을 망연히 떠올리거나
해무 가득한 바다의 검은 바위 위를 서성인다.
지나간 날은 아름답다. 비가 아름답듯이
사랑의 영원함을 되새기던 젊은 날은
비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사랑은 영원하다. 비가 영원하듯이.
태초부터 존재한 비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내 불치의 병은
하얀 뼈가 썩은 후에도 없어지지 않으리라.
그리고 누군가를 또 다시 감염시키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