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시 2
늙은 고래의 꿈
고래를 제외하고는 울산을 말할 수 없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를 보면 선사시대부터 울산 사람들은 고래와 함께 생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지구에 살고 있는 동물 중 가장 큰 동물이 고래이다. 그 중 울산이 고향인 고래가 귀신고래이다. 귀신고래는 울산에서 태어나 오오츠크해로 올라갔다가 새끼를 낳을 때 쯤 다시 울산 장생포 앞바다로 내려온다. 장생포 앞 바다는 귀신고래회유회면으로 지정된 지 오래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1970년대부터 귀신고래는 더 이상 장생포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오오츠크해에는 아직 서식 중이라 보고되고 있다. 그런 귀신고래가 다시 장생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적었다. 1986년부터 포경이 금지되었고 장생포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5년 세계고래포경위원회(IWC) 총회가 장생포에서 개최가 되었으며, 울산도 고래를 포획보다는 고래축제를 여는 등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여 장생포는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포경이 금지된 지 30년이 넘었고 우리 민족의 영원한 친구인 귀신고래를 다시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늙은 고래의 꿈
본적은 대한민국 울산 장생포 앞바다.
작살을 피해 오오츠크에 온 지도 벌써 반 세기.
함께 온 어른 고래들은 모두 죽어버렸고
아기 고래였던 친구들도 죽거나 나처럼 늙어버렸다.
바다 위로 숨 쉬러 가기조차 버거운 몸.
더 늦기 전에 고향 장생포 바다로 가고 싶다.
아들과 딸들과
그 아들과 딸들의
아들과 딸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장생포도 어느 날엔 신화로 남으리라.
육지에서 바다로 왔다던 조상들의 신화처럼.
아름다운 바다, 그리운 장생포
작살에 찔려 피 흘릴 지라도
가다가 숨이 멎을 지라도
죽기 전에 꼭 한번 돌아가야 한다.
가서는 꺼이꺼이 울어보리라.
50년이 넘어 지금에야 돌아왔다고.
내 몸과 뇌에 새겨진 유년의 장생포.
암초에서 피어난 미역과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던 고기들과
문어와 해삼과 해파리들
물을 마실 때마다 입속으로 몰려오던
플랑크톤의 그 달콤한 맛.
해가 떠오를 때마다 눈부셨던
수평선의 싱싱한 아침 햇살.
꿈 속에서 항상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 시인의 절실한 목소리
내 목소리와 같은
내 그리움과 같은 목청으로
“귀신고래야.”
이제는 돌아가 장생포에서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