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바다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리고 아내와 시간이 되면 울산 근교에 있는 바다로 드라이브하러 가곤 한다. 우리 집에서 정자 바다까지는 차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깝다. 사는 곳 근처에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바다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내와 단골로 가는 카페가 있다. 한 곳은 토스트를 겸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며, 한 곳은 고양이와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아내와 나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주로 내가 듣는 편이지만 둘이 이야기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다에 가는 차 안에서,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기도 하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이런 아내와의 데이트는 무척 소중하고 귀하다.
가끔 보름달이 뜰 때면, 바다는 환상적이다. 보름달이 바다 위로 노란 길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우리가 해변을 걸어가면 길은 우리를 따라온다. 동화 속의 왕과 왕비가 되어 그 길을 걸어 달에도 가곤 한다. 달에는 우리를 위한 황금 궁전이 있고, 그 속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달이 없는 바다는 아주 깜깜해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없다. 하늘이 바다고 바다가 하늘이다. 하지만 먼 곳에 불빛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 불빛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 신비로운 바닷가에는 몽돌이라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그 도서관에서 서가비의 플루트 연주회가 열렸고, 아내와 함께 참석하였다. 음악과 바다와 사랑이 하모니를 이룬 멋진 밤이었다.
서가비 플루트 연주회
어둠 가득한 정자 밤바다.
수평선과 바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채
고독에 검게 물들어 있을 때
바다 한 귀퉁이 몽돌서재에서
작은 연주회가 열렸다.
"서가비 플루트 연주회"
연주가 시작되자 밤바다는
자신의 고독을 깨운 소리에
깜짝 놀라 동그랗게 눈 뜨고
한반도 동쪽과 남쪽의 끝
정자바다로 귀 기울였다.
몸과 플루트와 밤이
삼위일체 되어 퍼지는 울림.
가녀린 한 여인의 숨결이
플루트 관을 지나며
밤바다 가득 꽃으로 피어났다.
손가락이 닿고 떨어지는 곳에
밤이 열리고 닫혔고
꽃, 꽃, 꽃, 꽃, 꽃
소리 꽃은 몽돌을 넘어
바다를 온통 꽃밭으로 만들었다.
음악이 불러낸 밤바다 향기에서
사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