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제도/시스템을 바꿔라.
몇 년 전부터 기업문화는 회사별 가장 큰 화두였고,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기업문화에 관심을 갖고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다양한 캠페인성 활동들을 직원들에게 통보하고, 정기적으로 행동지침들을 공유하고, 조직의 핵심가치와 연계하여 조직 문화의 모습을 풀어나가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에서는 기업문화를 담당할 별도의 조직과 인력들을 배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기업문화가 개선되었다는 조직을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활동들을 요구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조직은 이러한 기업문화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함에도 불구하고 왜 개선이 쉽지 않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기업문화는 Organization Culture라고 부른다. 여기서 많은 조직들이 기업문화에 개선이 어려운 이유가 'Culture'라는 단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조직(Organization)이라는 H/W를 살펴보고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Soft 한 활동 및 캠페인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많은 조직들은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의 여러 제도 및 시스템인 Hardware를 건드리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Hardware를 건드린다는 것은 조직 단위, 생각보다 큰 범위의 노력과 희생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문화의 개선은 조직(Organization)과 문화(Culture)를 개선해야 하는데, 문화는 공기를 바꾸는 노력이므로 환기를 시키고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먼지를 털어내는 활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만으로는 집안의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거나 바꿀 수 없다. 필요하면 창문에 틈이 벌어져 외부 나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지는 않는지, 집안의 내장재가 집안 공기를 나쁘게 하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 고쳐야 한다.
만약 창문의 틈을 수리하고, 집안의 내장재를 천연 소재로 바꾸는 노력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어쩌면 큰 공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 없이 외부 나쁜 공기는 지속적으로 유입되는데, 공기 청정기만 백날 돌린다고 집안 공기가 좋아질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조직에서는 무슨 활동을 추가로 해야 할까?
기업문화의 지향점이 결정이 되면, 그것과 관련된 캠페인성 활동도 하겠지만, 추가로 조직 내 제도, 조직 구성, 리더십에 대한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리더십은 제도적인 부분에서의 리더십이다.
예를 들어, 기업문화가 '스피드',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인사제도의 평가 시스템이 '스피드', '존중'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반영해서 평가하는지, 그 비중을 의미 있게 두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장, 임원 등을 선발, 선임할 때, 이러한 '스피드', '존중'에 대한 키워드를 중요한 잣대로 판단해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일지라도, '스피드', '존중'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는 인재는 선발에서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은 또 어떤가? 조직구조는 굉장히 많은 위계구조를 가진 경우 '스피드'라는 키워드는 그 조직에 맞지 않다. 이럴 경우, 조직 구조를 파격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는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해 이러한 제도/시스템적인 노력은 미미한 듯하다. 여전히 임원/팀장 선발 시에 다른 건 모르겠고, 회사가 어려우니 실적을 잘 낼 수 있는 인재들로 선발하고 자리를 채운다. 조직에서 주장하는 기업문화 키워드 하고는 별개로 말이다. 또는 기업문화 키워드는 후순위로 밀려나기도 한다.
이러한 조직에서 과연 기업문화가 바뀔 수 있을까?
'이번 임원 선임 시에 실력이 정말 뛰어난 A 부장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직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서 떨어졌대...'라는 이야기가 조직 내에서 퍼진다면... 그 조직은 서서히 변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체감하지 않을까?
기업문화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가지는 일종의 '신념'이다. 그 '신념'과 '행동'의 괴리가 생긴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신념'이 아니라 조직 내 듣기 좋은 '허울' 뿐일 것이다.
조직 내 행동을 바꾸는 것은 시스템이 우선이고, 이를 홍보하고 독려하는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
캠페인만 수행하는 조직은 마치 선거철 정치인들의 '공약(公約)' 이 '공약(空約)'인 것처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