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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papa Mar 22. 2020

애자일 조직에 대한 단상

적절한 권한 위임과 개인이 각 분야에서의 전문가가 되어야...

많은 기업들이 요즘 추구하고 원하는 문화가 바로 애자일(Agile)이다. 이제는 애자일에 대한 책도, 글도 넘쳐나고 있고, 조직도 하도 강조를 하고 있다 보니 마치 우리 조직이 애자일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이다.

애자일의 실체가 무얼까? 모든 조직에서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애자일 문화는 어떻게 해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

널리 알려졌듯이 애자일(Agile)이라는 말은 IT 개발자들로부터 시작된 일종의 개발 방법론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개발 방법론이 다른 산업의 모든 조직에서 받아서 닮고 싶고 갖고 싶은 일종의 문화가 된 것이다.

기업들이 우리 조직은 왜 애자일 조직이 안될까? 어떻게 하면 애자일 조직처럼 스피디한 의사결정과 효과적인 일처리가 가능할까? 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바라는 애자일의 모습은 이렇다.

어느 날 경영진으로부터 몇 가지 안에 대한 중요한 검토 지시가 내려왔다. 본부장 또는 해당 조직의 임원은 팀장에게 검토 지시를 내리고, 팀장은 팀 내 관련 업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팀원에게 검토해서 보고해줄 것을 요청한다. 지시를 받은 팀원은 초기 검토를 통해 우선 본인의 의견을 팀장과 상의한 후, 검토안에 대한 방향성을 확정하고, 팀장은 상위의 임원, 본부장과 방향성에 대해 컨펌을 받는다. 그 사이에 팀원은 최종 검토 의견서를 작성하여 팀장과 함께 해당 건에 대한 경영진 보고를 진행하여 마무리한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어찌 보면 애자일이라는 대유행이 있기 전부터 많은 대기업들이 원했던 모습이기도 하다. 사실 애자일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그렇지 특별하지 않다. 당연한 모습이다.


그런데 왜 우리 기업에서는, 특히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바로 대기업의 많은 인력들은 본인의 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그동안 업무가 진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일 잘하는 대기업 직원들은 바로 윗사람의 의중을 정확히 캐치해서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적절히 보고서화하는 사람이지, 본인이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 분야에서 전문가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조직 내 발생하고 있는 이슈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고 난해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 이슈의 진화 속도 또한 바이러스의 변이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대기업의 임원, 팀장들은 기존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 자리에까지 올라갔지만, 지금의 이슈를 과거의 경험만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그들 또한 현재의 이슈 해결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정립되어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부하직원들 또한 임원, 팀장이 그동안 이슈 해결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이를 세부 검토하여 보고서 화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보니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제대로 업무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들은 '당연히' 윗사람들이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하고, 나는 그 방향성에 따라 업무를 추진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윗사람들'이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난해한 이슈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그리고 어쩌면 권한 위임이라는 이름으로 요즘 '윗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방향성 없이 지시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업무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


이젠 업무를 지시하는 리더들도 해당분야의 전문가여야 하고, 업무를 지시받는 팀원들은 그 분야의 전문성을 좀 더 보완하는 세부 전문가들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내 애자일한 업무처리가 될 수 없다.

업무를 지시하는 리더들은 팀원들이 초기 검토한 의견에 대해 빠르고 적절하게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하고, 팀원들은 지시한 사항에 대해 빠르게 초기 검토를 하여 리더에게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리더가 전문가가 아니라면 빠르고 적절한 피드백을 해줄 수 없고, 그 경우, 그들이 일반적으로 취하는 행동은 더 상위의 경영진에게 의중을 물어보는 방식이 되거나, 아니면 잘못된 지시, 또는 해당 건의 방치가 될 것이다. 결국 어떤 검토건에 대해서도 책임지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만약 지시를 받는 팀원이 전문가가 아니라면 빠르게 초기 검토를 해서 의견을 리더에게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

결국 스피디한 의사결정과 빠른 일처리는 일을 지시하는 사람부터 처리하는 사람까지 관련 분야 전문가가 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이 애자일 조직으로 운영되고자 한다면, 팀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육성되어야 하고, 그렇게 육성된 전문가들이 관련 분야를 조금씩 폭넓게 이해하고 전문성을 넓혀가면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는 Generalist 였다. 즉, 어디에 배치하더라도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고 육성하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복잡하고 난해한 조직 내 이슈들이 넘쳐나는 시기에는 Specialist가 더 필요하다. 물론 지나치게 좁은 Specialist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기에는 활용가치가 더 떨어진다. 직무단위보다는 직종 단위의 조금은 넓은 범위에서 전문가 집단을 양성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조직을 전문가 집단으로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리가 왜 애자일 조직이 되지 않는가?'라고 고민하기 전에 '우리 조직은 과연 전문가 집단일까?'를 먼저 고민해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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