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은 수행이다

108배와 3000배와 러닝

by 샤냥꾼의섬


나에게 러닝은 108배와 3000배와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난 뒤로부터 매일 달리는 게 어렵지 않아졌다. 끈을 묶고 지면을 치고 나서면 천천히 달린다. 먼저 하는 일은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지은 업에 대해서 반성하며 기도하며 달린다. 중반쯤부터는 아무 생각 없이 호흡에 집중하며, 지금 현존하는 나를 느낀다. 주변 풍경을 지나면서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어느 순간 육신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감각에 다다른다. 3000배를 할 때와 비슷한 감정이랄까. 오감은 그대로인데 육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 또한 108배 또는 3000배 절을 할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육신의 고통은 잊혀진다. 고요한 ‘나’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참 답답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정말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상황에서 나를 구해준 건 러닝이었다. 절 대신에 선택한 달리기는 이제 나의 명상 수련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늘 불안했다. 지금도 불안하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무엇이 그리 외로운지 모르겠다. 이것도 내가 경험해야만 하는 감정이겠지. 만약 현재 마주하고 있는 이 고통의 시기를 버터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 또 해야 할 것이다. 왠지 그럴 거 같다. 그러니


그래, 이번 생에 이거 잘 겪어버리고

다음 생부터는 다시는 이런 거 겪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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