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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이 Jun 18. 2021

감정 쓰레기통

우울할 땐 꺼내보지 마시오.

그간 살아본 짬밥으로 예측하건대, 오늘 같은 날엔 감정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건강한 방법의 감정 쓰레기통이 빤히 있지만, 나란 인간은 자극적인 쾌락에 익숙한 인간인지라 건강한 감정 쓰레기통은 무용지물이다.


차분히 앉아 눈을 감고 숨을 고르자면, 내가 행한 답답한 꼴이 기억나 괴롭다.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들을 늘리며 알량한 숨통을 부풀렸다 좁혔다를 노력하자면, 이젠 신체적으로도 괴로워진다.


그렇다고 이끼처럼 구석구석 끼어있는 내 감정의 이물질들을 공유할 만한 친구도 없다.


그래서 오늘도 만만한 키보드나 두들긴다.


사춘기라는 감투를 뒤집어쓴 어린 자녀의 심정으로, 오늘도 내 글에게 투정을 부려본다.


이게 내 나름의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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