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식물을 키우며 느낀 느림의 미학
30대가 된 게 충격(?)적이라 심적 위로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고.
정말 뭣도 없는 평범한 일상인지라, 도대체 왜 엄마가 선인장도 죽여먹는 내게 식물을 건네셨을까 의문스러웠다.
단순히 예뻐서 사둔 유리 화병에 녀석의 둥지를 틀어주고 며칠을 지냈다.
그리곤 며칠 후.
여느 때처럼 북스타그램 업로드를 위해 사진을 찍으려는데, 어라.
그렇다.
다육식물도 선인장도 죽여먹던 내가 드디어! 죽이지 않고 심지어 파릇파릇한 새잎을 보게 된 것이다.
그 당시 기분이란...
"이래서 키우는구나."
그날 이후로 카페를 들를 때마다 카페에 있는 화분을 유심히 관찰하게 됐다.
더불어, 선물 받은 녀석의 정보를 공부하게 되었고
심지어 호기심 많은 5살짜리 꼬마처럼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 얘 이렇게 둬도 되는 거예요?"라며 묻곤 했다.
이번엔 죽여먹지 않으리라, 내 나름의 발더둥이리라.
그래도 썩, 그런 나 자신을 두고 식집사라거나 식린이라고 칭하진 않았다.
와닿지도 않고, 그저 새잎을 본 게 뿌듯한 것뿐이지 딱히 식물을 키우는 데에 흥미가 생겼다곤 생각하진 않았기에.
그러던 와중, 어느 날의 계기로 드디어 극적인 첫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