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아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몇 해에 걸쳐서 하는 전 부치기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편안함을 주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애호박 전, 동그랑땡, 동태 전.
버섯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느타리 전과 버섯 전을 부쳤다.
애호박 전은 내가 좋아하는 것.
달큼한 애호박의 맛이 마음을 녹여준다.
동그랑땡은 이번 설에 다시 도전하는 뉴페이스다.
만들어보고 싶어서 몇 해 전에 도전했다가
두부에 물기를 제대로 짜지 않아 반죽이 묽어 동그랑땡이 되지 못했다.
야심 차게 이번 연도에도 도전해 보았지만.. 이번에도 잘 안 됐다.
반죽이 묽지는 않았지만.. 동그랑땡이 자꾸 옆으로 퍼져서 모양을 잡기가 어려웠다.
동그랑땡이 동그랗지 않고 삐죽삐죽 성이난 모양이 되었다.
내 어린 시절은 동그랑땡처럼 둥글고 싶던 날들이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말하자면 너무 길어 지루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나는 지루해본 적이 없는 생생한 통증이기도 했다.
그것은 부모님한테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의 마음이기도 했다.
항상 일하러 나가시던 엄마가 이제는 집에서 쉬고 있다.
저녁 늦게 들어와. 집안일이 안 돼있으면 짜증을 내시던 엄마는 이제 없다.
대신 슈퍼전단을 보며 이날은 꼭 가야겠다며 세일하는 품목을 확인하는 엄마가 있다.
엄마는 더 이상 날 서지 않는다.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아빠의 시간을 온몸으로 버텨낸 엄마는
바쁜 삶에서 벗어나 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엄마의 날카로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던 아빠도 이제는 없다.
가족의 어려움에 보탬이 될 수 있음에
아빠의 마음도 죄책감에서 벗어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엄마와 아빠를 원망했던 시간을 흘려보낸다.
내가 미워서 그랬던 게 아니라. 삶이 부모님을 힘들게 했던 거라고.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제는 이해되는 시간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