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현, 석양에 내려앉은 눈 전시 포스터 / 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종로구 누하동 이상범가옥에서 《손동현 : 석양에 내려앉은 눈》 전시를 오는 9일부터 11월 27일까지 개최한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주관하고 국가유산청, 서울시, 종로구가 공동 주최하는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 《손동현: 석양에 내려앉은 눈》은 등록문화재 제395호로 지정된 이상범가옥에서 열리는 두 번째 전시다. 전통의 현장에서, 전통을 탐구해 온 작가가 다시 전통과 조우하는 드문 기회를 만든다.
손동현 작가 / 제공: 국가유산청
손동현은 2000년대 이후 한국화의 기법과 정신을 바탕으로 대중문화와 회화, 전통과 동시대 감각 사이의 관계를 유연하게 탐색해 온 작가다. 그는 정통 한국화의 양식 속에 슈퍼맨, 슈렉, 다스 베이더 같은 대중 아이콘을 등장시키며 ‘파압아익혼(波狎芽益混)’이라는 독특한 제목 아래 한국화의 문법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실험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흐른 지금, 손동현은 다시 한국화의 원류로 시선을 돌린다. 다만 그 태도는 ‘복원’이나 ‘재현’이 아닌, ‘감응’과 ‘변형’의 방향이다.
손동현, 한림모설(寒林暮雪) Snow at Dusk in a Cold Forest, 2024-2025, 종이에 먹, 잉크, 크레용, 인주(印朱) Ink, Stamp Ink and Crayon on paper, 194×130㎝ / 제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번 전시에서 손동현은 청전 이상범의 설경 작품에서 직접적인 모티프를 취한 신작 <한림모설>(2024-2025)을 비롯해, 전통 회화 형식의 재조합을 시도한 8곡병 병풍 <사계산수>(2024-2025)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청전 특유의 완만한 산세와 서체추상에 가까운 필법 등에 영향을 받았지만, 그 영향은 개별 작업의 형식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림모설〉은 청전의 설경 구도를 차용했으나, 여러 장면이 중첩되어 ‘청전스럽지 않은’ 산수로 재탄생한다. 이는 전통 회화를 ‘쌓이고, 틀어지고, 열리는’ 유기적 형식으로 읽어내는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을 보여준다.
이상범 가옥 / 제공: 국가유산청
흥미로운 점은 이상범 가옥이라는 장소성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전통적 공간에서의 전시를 넘어서, 장소 그 자체가 하나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청전의 제자들이 모여 교육을 받았던 공간, 즉 ‘청전화숙’의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이 전시는, 전통 회화의 과거와 현재가 마주 보는 ‘중첩의 현장’이 된다. 손동현의 산수는 과거를 소환하기보다는, 전통 회화의 언어를 빌려 현대의 시선으로 재탄생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전통을 오늘의 회화 언어로 재해석한 사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손동현이라는 작가가 전통과 현대 사이의 연결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구현하는가, 그리고 그 감각이 ‘장소’라는 요소와 만나 어떻게 확장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이상범가옥이라는 장소는 작가의 손끝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닌 ‘문맥’으로 기능하며, 관람자 또한 그 공간 안에서 전통이 현재에 스며드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정현 학예사는 “이상범가옥에서 손동현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전통의 계승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감각적으로 체화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찾고, 전통의 생명력을 현재 안에서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손동현: 석양에 내려앉은 눈 Snow at Dusk》
기간: 2025. 5. 9. (금) – 11. 27. (목)
장소: 서촌 이상범가옥
참여작가: 손동현
전시 연계 강연: ▲ 5월 13일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실장 안현정 ▲ 5월 14일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실장 장준구 ▲ 5월 16일 서울대인문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유리 ▲ 5월 20일 겸재정선미술관장 송희경 ▲ 5월 21일 동덕여자대학교교수 김상철 ▲ 5월 23일 한겨레 미술ㆍ문화재 전문기자 노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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