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내가 사랑하는 예술품 ③]최영림 `봄 처녀'

by 데일리아트

초등학교 5-6학년때쯤 부모님이 황규백 작가 판화를 몇 점 구입해서 작품과 작가에 대해 설명해 주던 날이 기억납니다. 미술 작품 수집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시초인 것 같습니다. 작가가 뉴욕에서 작품 활동하는 모습과 판화를 찍어 내는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상을 엄청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전시회와 화랑을 다니며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 작품을 수집하는 과정을 같이 하며 자연스럽게 컬렉터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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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벚꽃, 2002


제 첫 컬렉션은 첫눈에 반해 그 자리에서 구입을 결정한 김종학 작가의 <벚꽃>이었습니다. 그 후로 이대원, 노은임, 유영교, 최영림, 하태임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이 중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최영림 작가의 <봄 처녀>입니다. 인사동의 작은 화랑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가슴이 뛰었고, 수줍고도 대범한 자세의 봄 처녀의 모습이 미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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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림, 봄 처녀, 196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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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림, 봄 처녀, 1969. 12.


좌우에 배치한 백목련과 자목련이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배경의 한국적인 산과 분홍으로 물든 하늘이 주인공인 봄 처녀의 모습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봄부터 그리다 12월에 완성한 건지, 봄을 기다리며 그린 건지 모르겠지만 '69, 12'로 굳이 완성 달까지 서명 밑에 적어 놓으며 한겨울에 그린 봄 처녀임을 명시해 놓은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평범한 기법으로 그려진 봄 처녀였으면 이렇게까지 매력적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최영림 작가의 독창적인 화법이 더욱 시선을 빼앗습니다. 유화를 바탕으로 황토, 모래, 한지, 아교, 채색 안료 등을 섞어 표현함으로써 입체적 텍스쳐와 색감이 독특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인물은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단순화하여 해학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작품 속 봄 처녀가 너무나도 친근하고 어여뻐 보이는 이유입니다.


지금도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씩 웃게 됩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굳이 내 집에 들여 놓게 하는 욕심을 부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릴레이, 내가 사랑하는 예술품 ③] (주)형원 문현선 대표 - 최영림 '봄 처녀' < 미술일반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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