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안식 같은 주제는 현실의 테두리에 묶여 제한된 삶을 사는 지금, 여기의 급급한 생활인들에겐 먼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를 뛰어넘은 이 강렬한 희구는 유럽 각국에 성당과 교회의 첨탑을 세웠고, 은신처의 수도자를 비롯한 뜻 세운 이들의 지속적 수행과 탐색으로 이어져 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각자 다르게 표현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실체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이라 불리고 혹은 '네가 그것이다' 라며 자각을 주문하는 구도자의 행렬은 의지처를 향해 줄기 찬 행군을 이어 왔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종파와 관계없이 진리를 찾아 명망 있는 이들이 설파하고 있는 강단이나 수행자의 거처를 풍문 따라 이곳 저곳 찾아보았다. 숨쉬는 것이 근원과 더불어 있고 종국에 돌아가야 할 곳이 그곳이라면 무엇보다 선행하여 그 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겨, 경전과 서책, 노상의 걸음을 통해 그 길을 더듬어 보았던 것이다.
켄터키 주 소재 노아의 방주 앞에서 /사진: 백명훈
마땅한 혜안을 구함에 있어 우선 드러난 표상으로서의 구조물들을 따라가 보았다. 미 켄터키주의 윌리엄스타운(Williamstown)에 실제 크기 테마 파크 ‘노아의 방주'가 있다. '바이블 벨트(Bible Belt)'의 한 축인 켄터키 주는 성경에 기록된 대로 높이 15.5m, 길이 155m, 폭 26m 규모의 압도적 스케일로 노아의 방주를 재현했다. 1 큐빅 피트 짜리 목재 330만 개를 사용하여 완성했는데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 큰 나무들을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이 가져왔는지 신기해 했다.
방주 내부의 기둥들이 거대한 원목으로 되어있는 것에 놀라움을 표하는 것이다. 얼마나 고급 목재를 쓴 것인지 구조물 안을 돌아다니는 내내 특별한 향이 따라다녔다. 솔로몬이 언급했던 그 백향목인가?
내부엔 성경에 기반한 각종 시설물들이 있고 밀랍인형들과 각종 모형들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노아의 방주를 관람하며 가장 감동스러웠던 것은 출입구 쪽에 적힌 헌신한 이들의 명단. 목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협조하기도 했는데, 방주가 완공 되기까지 그들이 흘린 땀과 시간은 예사로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 목재를 비롯해 희사금을 제공한 기여자의 이름도 무수히 새겨져 있었는데 인간이 어여쁜 건 자기를 버릴 때가 아닌가 싶었다.
무엇이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내려놓고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힘을 쏟게 하였을까? 이 희생엔 '내가 무엇을 주었다', '내가 이렇게 했다'라는 내세움이 없고 보다 큰 자기 증여만이 드러났다. 노아의 방주가 있는 지역의 바로 근처엔 창조박물관 ( Creation Musium)이 연계되어 창세기의 기록들을 확인해 보기에 적합하다.
다음 행보는 뉴욕주 클래버랙(Claverrack). 서쪽으로 허드슨 강이 흐른다.
원 다르마 센터 /사진: 백명훈
전방으로 애팔래치아산맥이 펼쳐져 있는 이곳에 원불교 미주 총부 원다르마센터가 있다. 인디언들의 성산과 평원이 연결된 조망이 뛰어난 곳으로, 500 에이커에 달하는 방대한 초지가 있는데 여기에 영적 훈련의 중심지로 원다르마센터가 세워졌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부지와 건축비 전액을 기부하여 포교의 성지로 만들었다. 소태산 대종사의 용심법 '마음 난리가 그쳐야 세상 난리도 그친다'처럼 어떤 것을 먼저 다스려야 후자가 따르는지 가르침을 주는 장소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그 자리가 원래 두미가 없는 자리지마는 두미를 분명하게 갈라낼 줄도 알고 언어도가 끊어진 자리지마는 능히 언어로 형언할 줄도 아나니 참으로 아는 사람은 아무렇게 하더라도 아는 것이 나오고 (…) 불조들의 천경 만론은 마치 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나니라"( 『대종경 성리품』 중)
한국을 떠나 인류 상생과 평화를 위해 먼 타국에 포교의 장을 펼친 기개는 놀라울 정도다. 들판이면 어떠리. 도심이 머무는 곳 어디든 회상임을 밝힌 선승 청화 스님. 캘리포니아 카멜에 삼보사와 금강선원을 건립하여 동안거 결제를 진행한 스님은 '보리방편문', '마음은 허공과 같을 새…'로 대중들을 교화했다. 진리가 머무는 곳이 어디 내 나라 뿐이겠는가.
언제 어디에나 그 님은 계시니 미 동부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뉴욕 원각사가 있다. 통도사의 분원으로 1974년 숭산행원 선사에 의해 창건되어, 1986년 솔즈베리 밀스에 32만 평의 한국식 사찰을 건립했.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이다.
다낭의 손짜엔 베트남 최대 높이의 해수 관음상이 서 있다. 건물 30층 높이의 대리석으로 만든 압도적 위용의 '레이디 붓다'가 사방을 내려다보고 있다.
베트남 손짜의 해수 관음상 /사진: 백명훈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보이는 우리 것, 마이산 탑사. 세계적 유래를 찾기 힘들다는 이 자연석 돌탑은 몇 백년 세월을 지탱하고 있는데 정성을 거두어 치유하고 있음인가?
그리스의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아르키메데스는 부력의 법칙을 발견하고 '유레카(Eureka)'라고 외쳤다. 유레카는 '알아냈다'는 뜻인데, 선가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궁극의 견성에서 '이 뭐꼬?'하고 소리친다. 같은 진리 발견에 유사 탄성이 똑같이 표현됨은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