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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절망과 환희의 야상곡: 낙하하는 자]

정서우의 욕망의 미술 ④

영국 최고 미술 비평가 존 러스킨과 화가 휘슬러의 소송 사건
전통적 미의식과 진보적 미의식의 충돌
시대의 변화에 따른 그림의 변화 
존 러스킨(John Ruskin), self portrait, 1861, watercolour touched with bodycolour over pencil, 15.2 x 10

존 러스킨(John Ruskin), self portrait, 1861, watercolour touched with bodycolour over pencil, 15.2 x 10 cm, wikipedia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 Arrangement in Gray: Portrait of the Painter, c. 1872, oil on canvas, 74.9 x 53.3cm, wikipedia


1877년 영국 런던. 19세기 영국 최고의 미술 비평가인 존 러스킨(1819–1900)은 한 갤러리 전시를 감상하던 중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1834–1903)의 작품 <검은색과 금색의 야상곡: 낙하하는 불꽃>(1875)을 보게 된다.


James McNeill Whistler, Nocturne in Black and Gold – The Falling Rocket, c. 1872-1877, oil on canvas, 60.3 x 46.6cm, wikipedia



러스킨은 14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그림을 숭배하던 비평가였다. 그는 역사, 성경에 나오는 전설적인 주제들을 주로 그리던 라파엘전파를 옹호했다. 반면 휘슬러는 1870년에 보불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건너온 모네가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인상주의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던, 시대를 앞서갔던 화가였다. 그러나 러스킨의 눈에 휘슬러의 그림은 누군가 그리다 말아 버린 것 같은 괴상한, 말 그대로 엉망진창인 쓰레기 그림일 뿐이었다. 그는 전시를 보고 나서 자신의 뉴스레터에 이런 내용을 적는다.



“휘슬러 씨를 위해서라도, 콜렉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교육받지 않은 자의 자만심이 거의 의도적 사기에 가까운 수준에 달하는 이런 작품을 허용하지 말았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뻔뻔한 런던내기들을 많이 보아 왔지만, 관객들 얼굴에 물감 한 통을 던지고 200기니를 부르는 사기꾼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러스킨의 글을 보고 분노한 휘슬러는 1877년에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걸었고, 이 소송은 당시 영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여론은 휘슬러에게 냉담한 시선을 던졌다. 거기다 러스킨에게 밉보일 것을 두려워한 동료 화가들조차 증인을 서 달라는 그의 요청을 모두 거절할 정도였다.


당시 영국 풍자 만화 잡지 ‘PUNCH’에 실린 휘슬러와 러스킨 소송 사건, Edward Linley Sambourne (British, 1845–1910). “An Appeal to Law,” in Punch, 7 December 1878, University of Delaware Library 제공


재판 과정에서 러스킨 쪽 변호사가 휘슬러에게 그림을 얼마 동안 그렸느냐 묻자, 휘슬러는 이틀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고작 이틀 그린 그림에 200기니를 부르는 게 말이 되냐는 식으로 비판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평생의 작업으로 얻은 내 지식에 대한 대가로 그 값을 요구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틀에 걸친 재판의 승자는 휘슬러였다. 비록 재판 과정에서 든 비용인 2,000파운드(현재 가치 약 2억 3000만원)를 절반씩 부담하게 되어 파산을 하고 말지만,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대를 앞서간 인물로 평가를 받으며 끝내 불멸이 되었다. 하지만 러스킨은 이 사건을 계기로 비평가로서의 명성이 모두 추락하고 만다.


시대의 변화를 도대체 어떻게 읽을 수 있는 걸까? 만약 지금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시대에 뒤처진 미의식이라면? 그리고 그런 미의식을 가진 상태로 그림을 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휘슬러의 야상곡 시리즈 중 하나, James McNeill Whistler, Nocturne: Blue and Gold—Old Battersea Bridge, 1872-1875, oil on canvas, 68.3 × 51.2 cm, wikipedia


https://youtu.be/Nu48Z45ibxQ?si=-7u3YRJd6gG8vMq1

휘슬러의 야상곡과 어울리는 곡 Arthur Rubinstein - Chopin Nocturne Op. 9, No. 2 in E flat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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