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그렸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을 '서울광장'이라고 한다. 서울시청사 주변에는 대한제국 시절의 흔적들이 많다. 1897년 10월 12일, 고종은 경운궁(현 덕수궁)을 나와 건너편 현재 조선호텔 경내에 있는 환구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지금 환구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환구단의 부속 건물인 황궁우다. 고종이 하늘에 제사를 드렸던 환구단은 1913년 일제에 의해 철거되어 철도호텔이 들어섰고 현재는 조선호텔로 쓰인다. 덕수궁 월대 앞 넓은 공터는 국왕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는 상소, 만민공동회, 3·1운동 등 백성들의 생각을 알리고, 올바른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의견을 교환하고, 민의가 수렴되는 백성들의 장소였다.
1970년 서울광장 중간 즈음에 있던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이 현재의 위치로 이동하자 넓은 공터가 생겼다. 시청 앞에 있던 분수대를 철거하고 주변 도로를 다듬어 2004년 5월에 잔디를 깔아 시민들을 위한 '서울광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동안에도 시청 앞 넓은 광장은 외국에서 오는 국빈을 맞이하는 환영장, 시민들의 집회 장소로 활용되었다. 대한제국 시절 민의를 수렴하던 장소가 덕수궁 앞에서 시청 앞 광장(서울광장)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이곳은 1960년 4·19 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장소로 쓰였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릴 때 응원하는 시민들 /사진: 이재영
이곳에 인파로 가장 많이 붐빈것은 2002년 서울 월드컵 경기 때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도 이곳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거리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나도 이곳 서울광장에서 붉은 옷을 입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이곳에 서니 그때의 감격이 다시 올라온다. 붉은 악마라는 로고가 새겨진 붉은 티셔츠를 입고 오로지 우리나라가 승리하기를 바랬던 그 심정. 온 나라가 하나가 되었다. 스포츠의 힘이 이토록 강한 것인가. 모든 나라의 시선이 이곳 서울광장으로 모였던 시절이다. 그 이야기를 손자들에게 해주었다. 그때의 감동을 상기시켜 주면서“대~한~민~국!”을 손뼉을 치며 외치게 했다.
두 손자들이 외치는 대한민국! 덕수궁과 환구단으로 둘러싸인 서울광장. 120여 년전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했고, 백 년이 조금 더 지나 후손들은 태극기로 온 몸을 두르고 대한민국을 응원하며 연호했고, 또다시 20여 년이 지나 나는 손자들에게 '대한민국'을 부르며 손뼉을 치게 한다. 이것보다 더 좋은 역사 공부가 어디에 있을까.
큰손자 형주는 내 옆에서 그림을 따라 그린다.
비록 손자들은 그때 당시에는 출생하기 전이지만, 기록 영상을 통하여 내용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다시 그 날의 감동이 전율처럼 몸을 뜨거워 진다. 눈 앞에서 월드컵 경기가 벌어지는 것처럼 흥분된다. 손자들은 마치 볼을 몰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선수처럼 잔디광장을 가로질렀다. 덩달아 나도 뛸 수밖에 없었다. 2002년 승리의 함성이 고막을 울리는 것만 같았다.
경성부 청사에서 서울시 청사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서울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이재영
서울광장 전면에는 서울시 구청사가 있고, 그 뒤에 현재 서울 시청으로 쓰고 있는 신청사 건물이 있다. 서울시 구청사는 일제 강점기인 1926년 경성부 청사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 경성부 청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본(本)’ 자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북악산의 ‘대’(大) 자 형태와 경복궁 앞에 있던 조선총독부의 ‘일(日)’ 자 형상을 합치면 ‘대일본(大日本)’이 된다는 주장도 한 때는 있었으나 정말 그런지 확인하기는 힘들다.
해방 이후에는 경성부청이 서울 시청으로 사용되었고, 2012년에 신청사가 완공되면서 지금은 서울시 직속 도서관인 서울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옛 건물에서 보존된 것은 중앙홀 부분과 서울광장 쪽 전면 벽체뿐이지만, 3층의 시장실, 접견실, 회의실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중앙홀 아래 땅속에 깊은 파일을 박아 기존 구조를 띄우고, 지하에 시민청 공간을 만들어 넣은 것도 큰 특징이다.
신청사를 짓기 위해 땅을 파던 중 조선 시대 무기 제조 기관이었던 군기시(軍器寺) 유적이 발굴되어, 이 시민청 공간에는 그 발굴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관도 만들어졌다. 주말에는 주로 부모와 함께 오는 가족 단위의 아이들로 가득하다. 데이트를 도서관에서 즐기는 슬기로운 연인들도 많다.
서울광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이재영
겨울이면 서울광장은 스케이트장으로 활용된다. /사진: 이재영
서울광장은 봄, 여름, 가을에는 '책읽는 광장'과 다양한 시민 행사 공간으로 사용된다. 2004년 12월 24일 스케이트장을 개장한 이후, 매년 겨울철에는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장소로도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서울광장은 일반 시민들은 물론 서울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서울의 문화 체험이 가능한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청사 지하에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된 시민청에서는 공연이나 전시, 행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광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단체 행사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5번 출구에서 가장 접근성이 용이하지만, 4번과 6번 출구를 이용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손자에게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 27] '대한민국!' 함성의 현장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 서울광장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