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5경을 그린 이재영 작품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촌을 참 좋아한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둘러싸인 곳만 보다가 이곳 북촌에 오면, 한옥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하고 넉넉한 품을 마주하게 된다. 북촌이 조선시대 고관 대작들이 모여살던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전통한옥 지역이라면 남촌도 있었을까? 남촌에는 누가 살았을까? 남산 아래의 남촌은 '남산골 샌님'이라 불렸던 남인들이 살았다. 남산이 바위보다는 흙이 많은 토산이어서, 비가오면 진흙이 많아 땅이 질어 '진고개'라 했다. 북촌과 남촌의 기준은 청계천이다. 청계천 위를 '북촌' 아래가 '남촌'이다. 그럼 동촌은? 동촌은 성균관이 있는 지역이다. 지금 서촌이라 부르는 곳은 청계천이 발원하는 윗동네라하여 '우대' '윗대' '상촌'이라 불렀다.
그 중에서 북촌은 고관대작들이 살던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거주지이다. 북촌에는 북촌의 아름다움을 여덟개로 소개한 '북촌 8경'이 있다. 헌법재판소 방향 북촌로를 따라 도보로 10분정도 올라가면 북촌사거리 8경이 모여있는 언덕으로 향한다. 이 곳이 '북촌 4경'으로 언덕아래 한옥들이 겹겹이 쌓여진 풍경을 볼수있다. 마치 한옥이 산을 이루는 첩첩 산중, 아니 '첩첩 한옥'을 볼 수 있다.
'북촌 5경'과 '북촌 6경'은 하나의 골목길 아래에서 올려다 보느냐 위에서 내려다 보느냐에 따라 구분한다.
한옥마을 풍경 /사진: 이재영
이곳은 비교적 막힌 골목이 없어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경사진 언덕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고즈넉한 한옥들이 겹겹이 중첩되어 투시 효과를 보여주는 곳이다. 처마의 자연스러운 곡선과 회색빛 기와, 세월이 묻어나는 목조주택이 만들어 내는 한옥의 정겨운 모습에 인증샷을 찍기에 좋은 장소다.
골목 끝으로 서울의 상징인 남산타워가 보인다. 북촌의 언덕 한옥 지붕들 사이로 올라가다가 점점 멀어가는 남산타워는 서울에서 과거에서 현재의 시점을 보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큰손자 형주가 그린 북촌한옥마을
한옥마을 풍경 /사진: 이재영
북촌의 위치성에 대해서 설명하자 큰 손자 형주가 묻는다.
"여기가 북촌이면 남촌도 있고 서촌, 동촌도 있겠네요?"
큰 손자 형주의 물음에 작은 손자 주원이가 기상천외한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이지 그래서 삼촌도 있는거야."
"맞아! 사촌도 있고."
손자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나 역시 웃을수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이런 엉터리들! 굳이 남촌이라고 한다면 남산골 선비촌이 있었지. 남산골 샌님이라고 들어본 적 있을거다."
작은 손자 주원이가 형주에게 대뜸 놀려댄다.
"형주샌님, 남촌 남산골 형주샌님 크크크"
"할아버지, 샌님이 좋은 뜻인가요?"
한옥마을에서 한복입고 멋진 포즈 취하는 두 손자
샌님이란 생원을 뜻하는 말로 대과가 아닌 소과 생원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이르는 호칭이다.
"북촌과는 신분의 차이가 있네."
남산골의 주거 형태와 비교하여 북촌은 한국의 전통가옥인 한옥으로 나무와 흙으로 짓고 온돌을 깔아 난방을 한다. 자연을 재료로 삼아 건강에도 좋고 마당으로 낸 마루와 하늘을 향해 날렵하게 뻗은 기와의 운치도 아름다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고 정겨워 지는 집이다.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한국의 전통가옥을 만날수 있으며 시대의 변화와 편리에 따라 조금씩 수정을 거치기도 했지만 대부분 원형에 가까운 전통 가옥들이 999채나 들어선 한옥 동네이다.
"우와~!!"
손자들이 감탄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북촌 한옥마을 일대는 궁의 옆자리이자 풍수지리적 가치도 높아 조선시대 왕족과 고급 관리들인 지체 높으신 양반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지만 지금은 한옥은 조선 시대부터 있었던 전통 한옥이 아닌 '개량한옥'이다.
그런데 지금 북촌의 가옥은 조선시대부터 지어진 원형 한옥은 아니다. 원래의 한옥은 우리가 지방 종갓댁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집이다. 북촌 한옥 마을과 같은 한옥은 개량한옥으로, 정세권(1888-1965) 선생에 의해서 지어졌다. 정세권은 '근대적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1920년 전후 '건양사'라는 부동산 개발회사를 건립하여 일제강점기 집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경성일대 집단 한옥마을을 조성했다. 북촌 한옥마을, 익선동 한옥단지 등이 다 1920-30년에 조성된 것이다. 나라잃어 필요 없어진 고관대작의 가옥, 종갓집 넓은 땅을 사들여 필지를 쪼개어 여러채의 개량한옥을 조성하고, 집없는 사람들에게 많이도 지어주었다. 정세권은 한옥을 보급했을뿐만 아니라 우리말 한글 보급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분이다. 정세권의 노력으로 우리는 서울의 명소 북촌의 아름다운 한옥을 볼 수가 있다.
북촌 문화센터 /사진: 이재영
북촌길을 걷다보면 이어진 처마선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골목길의 정겨운 풍경을 느낄수 있다.여러채의 한옥들이 지붕 처마를 잇대고 벽과 벽을 이웃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풍경은 우리가 잊고 살아온 따뜻한 정과 살아갈 맛을 느끼게 해준다.
북촌1경 창덕궁 전경 /사진: 이재영
특히 북촌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다양한 전통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2002년에 북촌문화센터를 개관했다.
이곳은 계동 마님댁으로도 유명한 조선말기 세도가 민재무관댁을 매입해 개보수 했으며 안채와 행랑채, 별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예, 다도, 한문, 판소리 전통 문화강좌와 자연염색, 규방문화의 전통을 잇는 매듭, 조각보등 다양한 행사와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3번출구를 나와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다.
[손자에게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 28]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북촌 한옥마을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