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1879-1935)의 대표작 〈검은 사각형〉은 1913년 처음 공개되었을 때 당대 미술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얀 정사각형 캔버스 위에 검은색 사각형이 그려진 이 작품은 전통적인 회화의 관습을 완전히 깨뜨리고 순수 조형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20세기 미술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그 추정 가치가 1조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예술적 영향력을 반영하는 수치로 해석된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검은 사각형, 1915, 캔버스 위에 유화, 79.5 x 79.5 cm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이 작품은 절대주의(Suprematism)라는 새로운 미술 운동의 시작을 알린 상징적인 작품이다. 말레비치는 이 작품을 통해 대상을 묘사하는 기존 미술에서 벗어나,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만으로 예술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이는 현대 미술의 추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1919년에는 색을 완전히 제외시킨 '흰 바탕 위의 흰 정사각형'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절대주의의 논리적 종결점이고, 말레 비치의 철학적 종결점이었다.
흰 바탕 위의 흰 사각형, 1919, 캔버스 위에 유채, 79.4 × 79.4㎝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말레비치는 이후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예술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스탈린 정권이 부상하면서 말레비치의 심원한 견해는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억압당했다. 또 아방가르드 미술이 탄압받으면서 순수 미술 작업보다는 건축 디자인 등 실용적인 분야에 집중해야 했다. 그는 1933년에 암 진단을 받았고, 1935년에 상트페테르 부르크에서 사망했다. 죽기 전에 그는 자신이 쓸 관을 디자인했는데 관 뚜껑을 검은 사각형과 원으로 장식했다.
미술에서의 '검은색'의 의미는 단순한 색상이상의 역할을 할 때가 많다. 프란시스코 고야 같은 화가는 〈검은 그림〉 연작에서 인간 본연의 광기나 폭력성, 잔혹함 같은 어두운 감정을 표현한 것 처럼 강렬한 감정의 표현에 사용되기도 한다.
또 동양화에서는 추상과 여백의 미로 독특한 조형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미니멀리즘 같은 현대 미술에서는 최소한의 소재를 사용하면서 극단적인 단순성이나 기계적인 엄밀함, 명료함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이 활용되기도 한다.
미술 치료나 색채 심리에서는 검은색을 억제된 심리 상태나 감정의 결여, 혹은 감정의 혼란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욕구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검은색은 고급스러움, 세련됨, 미스터리함, 우아함, 그리고 때로는 편안함, 섹시함, 반항적, 중성적인 느낌까지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술 마케팅에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외국 술이든 우리나라 술이든 기존의 술보다 좀 더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블랙 라벨'을 많이 사용한다.
(위) 연태 블랙, 금문고량주 블랙, 노주노교 블랙, 자약 블랙(아래) 조니워커 블랙, 짐빔 블랙, 바카디 블랙, 임페리얼 블랙, 윈저 블랙, 호세 꾸엘보 블랙, 잭다니엘 블랙
생각나는 블랙라벨의 술들을 서술해보면, 연태 블랙, 금문고량주 블랙, 노주노교 블랙, 자약 블랙, 조니워커 블랙, 짐빔 블랙, 바카디 블랙, 임페리얼 블랙, 윈저 블랙, 호세 꾸엘보 블랙, 잭다니엘 블랙 등의 외국 술이 있고
우리나라 술로는 서울고량주 블랙, 삭 블랙, 토끼소주 블랙, 독립군막걸리 블랙, 담은 블랙, 가평 잣막걸리 블랙 등이 있다.
(왼쪽부터) 서울고량주 블랙, 삭 블랙, 토끼소주 블랙, 독립군막걸리 블랙, 담은 블랙, 가평 잣막걸리 블랙
이들중 우리 술들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우리나라 유일의 고량주를 만드는 한국고량주의 '서울고량주 블랙'은 50도의 술로 그 하위 버전은 '서울고량주' 레드(35도)와 '서울고량주' 오크 (40도)이다.
044양조의 '삭 블랙' 50도는 조청을 사용해 만든 술로 삭 30의 상위버전이다.
토끼소주 '화이트'는 23도로 찹쌀로 빚었으며 40도의 '블랙'은 오크 숙성을 거쳤다.
민주술도가의 '독립군 막걸리'에는 블루와 블랙이 있으며 블루는 8.3도 이고 블랙은 18.6도이다.
'포천일동막걸리'의 '담은 화이트'는 6.5도의 백미 막걸리이고 담은 블랙은 쌀과 흑미로 만든 6.5도의 막걸리다.
우리도가의 '가평 잣막걸리' 블랙은 잣함량이 0.15%로 우리도가 잣 시리즈중 가장 높고 용량도 970ml의 6도 막걸리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다 고급술에는 '블랙'이란 호칭을 붙이고 라벨도 검은색으로 하여 그 고급스러움을 더하였다.
[신종근의 미술과 술⑦] 말레비치의 대표작과 '블랙라벨'의 술들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