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화가 이향남의 예술 기행 ⑦] 황토색 신밧드의

by 데일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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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돌산의 이스파 마을 /사진: 이향남

이스파에서는 100여 년 전 흙으로 만들어진 집들을 볼 수 있다. 마을 위로는 돌산이, 아래로는 대추야자나무와 열대 식물들이 하늘을 가리며 오아시스처럼 펼쳐진다. 굽이굽이 마을을 지나는 수로에는 청량한 소리의 시원한 물이 흐른다. 자연과 인간의 흔적이 공존하는, 이분법적인 풍경의 마을이다.

허물어진 담벼락과 빛바랜 흙집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색의 차이는 돌산의 색과 어우러져, 편안하고 차분한 풍경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좁은 골목에서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을 만난다. 까만 눈과 큰 눈동자, 짙은 갈색 피부와 백색 피부의 아이들이 흙집 골목에서 유난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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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파 마을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 /사진: 이향남

아이들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골목에서 사라졌던 아이들이 웃음 가득 안고 돌아온다. 양손에는 부모님, 형, 동생의 손을 잡고 우르르 나온다. 모두 선한 눈과 수줍은 듯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온다.

'아니, 이럴 수가!' 순간 놀란 나는 웃음을 머금고, 모여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수줍게 반기는 듯한 입가의 웃음과, 크고 깊은 눈동자의 반짝거림은 그 어떤 사진보다 빛난다. 여행이 선사한, 뜻밖의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이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 위치한 바이트 알 주바이르(Bait Al Zubair) 박물관은 오만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통 박물관이다. 입구 한쪽에는 시선을 끄는 설치 작품이, 반대편에는 강렬한 색채의 동물 설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만이 이슬람 군주국이고, 이슬람 문화의 영향력이 강한 나라라는 점에서 현대미술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이 작품들을 보는 순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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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t Al Bagh, 세계의 애무 , 설치 작품 /출처: Bait Al Zubair Museum

설치미술가 Balt Al Bagh의 작품 <세계의 애무>는 전체가 흰색이다. 사방이 뚫린 커다란 정사각형 공간 안에, 얼키설키 얽힌 가는 철사 줄들이 있고, 그 줄에는 종이로 만든 수많은 손들이 매달려 있다. 손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뻗쳐 있으며, 미세한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하듯 움직인다.

흰 건물 앞의 흰색 작품은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듯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전통 박물관 앞에 전시된 이러한 현대미술 설치 작품을 보며, 오만 현대미술의 현재 위치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중동 미술시장에서 현대미술 붐이 시작된 지는 불과 몇 년에 불과하고, 오만은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움직이기 시작한 나라 중 하나다.

나는 유럽과 중남미의 중세 성당들을 여행하며 그 내부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왔다. 자연스럽게 중세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교과서 밖의 작품들을 성당 안에서 직접 보는 경험도 많았다. 세 차례의 인도 방문과 두 번의 터키 여행을 통해 접한 힌두 사원과 이슬람 모스크는, 이제 막연했던 두 문화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 방문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일종의 충격이었다. 이후 나는 이슬람 종교와 문화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식과 발견을 경험하고 있다.

오만의 대표적 이슬람 사원인 ‘술탄 카브스 그랜드 모스크(Sultan Qaboos Grand Mosque)’를 찾았다. 중동이나 모로코의 주요 모스크들이 그러하듯, 이곳 또한 넓은 대지 위에 거대한 건축물로 자리하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깔린 흰 대리석이 햇빛에 반사돼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인다.

나는 모스크 안을 꼼꼼히 살펴보며 그 특징을 찾아본다. 본당의 중앙 홀은 화려하고 압도적인 공간감을 지닌다. 특히 천장에 매달린 거대하고 정교한 샹들리에가 시선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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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브스 그랜드 모스크 /출처: 오만관광청 공식 홈페이지

기독교 미술이 인간 형상 조각과 회화에서 두각을 보였다면, 이슬람 미술은 형상을 배제하고 서예와 문양, 조각의 아름다움으로 그 예술적 극치를 보여준다. 특히 각기 다른 문양과 색을 지닌 아치형 문들은 화려하면서도 단아하다. 한국 사찰의 꽃문양처럼 절제된 화사함이 느껴지는 문양이 인상 깊다.

술탄 카브스 그랜드 모스크를 세심하게 둘러보며, 종교 건축이 보여주는 예술의 본질과 그 영향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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