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틈새에서 꽃을 피우다 - 전광영 개인전

by 데일리아트

6.18 - 7.19, 페로탕서울
전광영 개인전, 신작 포함 총 30여 점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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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Blossom 전시 전경 /출처: 페로탕 서울

페로탕 서울은 오는 7월 19일까지 작가 전광영(b.1944)의 개인전 《Time Blossom》을 개최한다. 전광영은 한지를 감싸 구성한 독창적인 삼각형 조형 언어를 통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해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 <집합> 시리즈를 비롯한 신작 <품> 연작 등 총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기억과 감정, 시간의 궤적을 시각적 언어로 번역하며, 한국적 재료를 기반으로 한 조형의 깊이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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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egation25-AP030, 2025 /출처: 페로탕 서울

한지, 고서, 천연염료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전광영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구축해왔다. 고서의 파편을 감싸 삼각형 모듈로 구성한 <집합> 시리즈는 한 조각 한 조각이 기억의 파편이자 시간의 층위를 상징하며, 이는 반복과 수행이라는 작가의 제작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수백 개의 삼각형 조각들이 집합해 만들어내는 화면은 개인과 집단, 질서와 혼돈, 정체성과 흐름 사이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색과 질감의 조밀한 배열을 통해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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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egation25-AP029, 2025 /출처: 페로탕 서울

이번 전시는 전광영의 색채 감각이 한층 확장된 지점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감물, 쑥, 먹, 울금, 홍화, 석류껍질, 연지 등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로 염색된 한지는 파스텔 톤에서부터 농밀한 원색까지 다양한 감정의 결을 품고 있다. 각각의 색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기억의 깊이와 정서의 밀도를 전달하는 작가의 언어가 된다. 전광영에게 있어 색은 시간을 기록하고 감정을 조율하는 리듬이며, 삼각형 조각들을 손으로 배치해 나가는 과정은 일종의 ‘시간을 다루는 행위’이자, ‘감정을 겹겹이 쌓아가는 수행’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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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egation24-NV151, 2024 /출처: 페로탕 서울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작 <품> 연작은 작가의 조형 언어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감싸 안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품>은 기존의 입체적 밀도를 잠시 내려놓고, 정제된 평면 위에 보다 유기적이고 서정적인 감각의 구조를 시도한다. 삼각형 조각들이 부드럽게 포개진 화면은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응결된 감정의 공간처럼 다가오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감각의 진폭을 조용히 느끼게 한다. <품>은 시각적 오브제를 넘어 정서적 안식처이자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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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egation25-AP032, 2025 /출처: 페로탕 서울

전광영의 작업은 시간, 기억, 존재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그가 선택한 재료들은 모두 동아시아적 사유와 감각의 물성을 품고 있다. 한지의 결, 고서의 흔적, 천연 염료의 색은 서구적 조형 언어가 지닌 시각 중심의 미학과 구분되며, 감정의 농도를 서서히 번지게 하는 방식으로 관람자를 사유의 장으로 이끈다. 그의 작업은 세계 미술계에서도 독자적인 궤적을 인정받아 왔으며, 뉴욕,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활발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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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egation25-AP033, 2025 /출처: 페로탕 서울

《Time Blossom》은 작가가 오랜 시간 쌓아온 조형 탐구의 연장선상에서, 감정과 시간의 결이 어떻게 화면 위에서 피어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전시다. ‘시간의 꽃’이라는 제목처럼, 전광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정서의 흐름과 기억의 잔향이 오롯이 드러나는 장면을 펼쳐낸다. 하나하나의 삼각형 조각은 작가의 손끝을 거쳐 색과 형, 결을 갖추며, 전체로 모였을 때는 존재와 관계, 삶의 궤적을 감각적으로 은유하는 서사가 된다.

이번 전시는 전광영의 조형 세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추상성과 동양적 사유, 그리고 조형성을 새롭게 이어보는 자리이다. 작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수많은 파편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심도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끔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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