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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4. 2024

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와 리처드 세라의 대화 ①

[최영식의 뮤지엄 순례]

'뮤지엄 산'에서 찾은 공간의 발견 


기자는 후쿠오카시립미술 방문기에서 마에카와 구니오가 그려낸 미술관의 일상성을 살펴봤다.( ‘일상의 미술관, 후쿠오카시립미술관’ 기사 참조)


이번에는 한국에 있는 일상과 비일상이 함께하는 공간을 찾아가 보자. 공교롭게도 그 공간 역시 일본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이다. 뮤지엄 산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 )가 설계해서 2013년 완공한 미술관이다.


후쿠오카시립미술관 방문 기사가 전시 작품보다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갖는 일상성에 집중한 것처럼, 이번 뮤지엄 산에 관한 기사 또한 있음과 없음, 안과 밖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간을 통해 일상과 비일상의 의미에 한 발 다가서려 한다. 특히 뮤지엄 산의 전시 공간인 백남준관(館)에서 발견한 안도 다다오와 미니멀리스트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1938-2024)의 흥미로운 공통점에 대해서도 같이 느껴보자.


뮤지엄 산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마치 자연 속에 조각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의 외관은 미니멀리즘의 극치였고 주위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마치 건축물이 자연의 일부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인공적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일부분인 듯한 조화를 이룬다.

  <플라워가든 관람객>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인 콘크리트 벽과 직선적인 구조는 뮤지엄 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차가운 콘크리트와 강직한 선들이 주는 느낌은 이곳의 따뜻하고 평온한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뤄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지어내며, 공간 자체가 살아 숨 쉬는 듯한 인상을 준다.


뮤지엄 산의 감동은 뮤지엄의 공식적인 시작 건물인 ‘웰컴 센터’ 이전부터 시작한다. 뮤지엄 산을 둘러싸고 있는 일상의 리조트 건물을 통해 비일상의 뮤지엄 산으로 들어가는 첫 장소. 주차하는 곳에서부터 안도 다다오는 준비하고 있다.

<주차장 둥근 외벽 - 밖과 안이 동시에 존재하는 주차장 입구 - 주차장 내부>


주차장은 둥근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진입하는 문을 통해서 밖은 안으로, 안은 밖으로 변하게 된다. 빛과 그림자는 유희하듯 공간을 넘나든다. 자연의 소리와 바람은 벽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이곳에서 우리는 안과 밖의 구분이 사라지고 자연과 건축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첫번째 경험을 하게 된다. 본관에 위치한 백남준관의 매력을 미리 맛보게 해준다고 할까?


웰컴 센터를 나와 플라워 가든을 지나면 본관을 둘러싼 워터 가든에 도달한다.

<워터가든에 동시에 비춰지는 인공과 자연>


워터 가든에서 우리는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인 수공간(水空間)을 만나게 된다. 가든의 수공간은 주변 자연 경관과 뮤지엄 본관의 인공물을 동시에 반사하고 있다. 일종의 거울 장치로, 수공간 안에서 자연과 인공의 구분은 사라진다.

유민미술관


안도 다다오의 또 다른 설계 작품 제주도 유민미술관에도 메인 공간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수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뮤지엄 산과 유민미술관의 수공간은 성스러운 비일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시퀀스이자 방문객들이 스스로를 깨끗이 씻어내는 의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뮤지엄 산의 워터 가든은 본관 왼쪽 창문과 수면이 같은 위치에 있음으로써, 밖에서 안을 보는 방문객과 안에서 밖을 보는 방문객이 안과 밖이라는 물리적 구별을 벗어나서 한 공간에 있는 듯한 공간감을 느낀다. 수면에 맞닿은 창문을 통해서 내부가 외부로 연장되고 외부는 내부로 침투한다.

 <본관 왼쪽 창문>

<건물 안쪽창문과 같은 높이의 워터가든 수공간>


미니멀리즘의 핵심이 관람객이 직접 몸으로 느끼고 움직이며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 있다면, 워터 가든은 본관에 들어가기도 전에 안도 다다오가 우리에게  미니멀리즘적 시각을 넌지시 경험하게 한다. 본관에 들어가면 이제 본격적으로 안과 밖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본관 안쪽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뮤지엄 외부가 그대로 안으로 이어져 있다. 안도 다다오 건축의 두번째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이다.  뮤지엄 산에는 파주에서 생산되는 ‘파주석’이라는 편암이 외장되어 있다.

  <본관 내부 파주석외장>

파주석 외장은 건물 밖에서 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관람객들은 공간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가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는 두드러진 특징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여기 놓쳐서는 안 되는 안도 다다오의 또 다른 일상과 비일상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벽면 노출콘크리트와 만나는 바닥의 매지선(줄눈)이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노출콘크리트 간격과 바닥선의 간격을 일치시킴으로써 관람객의 시각을 방해하지 않는다. 인공적인 콘크리트가 자연스럽게 뮤지엄 내부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외부 공간의 재료가 내부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의 벽과 바닥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공간의 내외부 구분을 없앰으로써 관람객들이 ‘건물을 즐기게’ 하려는 안도 다다오의 비밀이 숨어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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