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6월 26일(목)부터 과천관에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근현대미술 I》에 이은 두 번째 구성으로,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한국근현대미술사를 다룬다.
전시는 김환기, 박생광, 박서보, 박이소, 서세옥, 윤형근, 이불, 이성자, 이우환, 최욱경 등 작가 70여 명의 주요 작품 110여 점을 소개한다. 특히 이건희컬렉션 17점을 포함해 과천관에서만 총 58점이 선보이며 관람객의 기대를 모은다.
총 11개의 소주제로 구성되며, 김환기와 윤형근의 작업세계를 집중 조명한 ‘작가의 방’이 포함된다. 두 작가의 방은 각각 공간향(김환기)과 사운드(윤형근)를 접목해 시각, 후각, 청각의 입체적 감상을 제공한다. 또한 ‘정부 수립과 미술’,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등 한 국근현대미술사를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서술하는 소주제 를 통해 통상적인 미술사에서 놓치기 쉬웠던 작가와 작품을 재조명한다. 작가의 방은 1년 단위로 교체되며, 일부 소주제 공간의 작품도 교체하여 한국근현대미술 사를 폭넓게 조망할 예정이다.
1부 ‘정부 수립과 미술’에서는 해방 이후 국가 주도로 운영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수상작을 중심으로, 당시 미술 제도와 화단의 흐름을 살펴본다. 국전은 1949년 시작되어 6·25전쟁으로 잠시 중단되었으나 1953년 재개되었고, 1981년 제30회까지 이어졌다. 류경채의 <폐림지 근방>(1949)은 국전 초대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후의 작품들은 폐허가 된 풍경을 사실성과 추상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안상철의 <청일>(1959), 박노수의 <선소운>(1955)은 전통 한국화의 어법을 현대적으로 변형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김형근의 <과녁>(1970)은 한국 미술의 새로운 리얼리즘을 개척한 작품으로 소개된다.
류경채, 폐림지 근방, 1949, 캔버스에 유화 물감, 94×129cm, 국립현대미술관
2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모더니즘 회화의 흐름을 조명한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작가들은 서구 현대미술의 영향을 받아 현실과 내면, 감성과 구조를 결합한 새로운 조형 언어를 탐색했다. 문우식의 <무명교를 위한 구도>(1957), 이봉상의 <푸른 여인>(1959), 권옥연의 <토기>(1964), 권진규의 <코메디>(1967) 등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루어진 조형 실험의 성과를 보여준다.
문우식, 무명교를 위한 구도, 1957, 캔버스에 유화 물감, 142.5×98.5cm, 국립현대미술관
3부 ‘추상미술의 확산’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미술에서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추상미술의 전개를 조망한다. 이 시기 작가들은 현대성과 전위성을 표방하며 다양한 조형 실험을 이어갔다. 박서보의 <원형질 1-62>(1962)은 앵포르멜 회화의 대표작으로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를 표현했고, 이승조의 <핵 No. G-99>(1968)은 산업화 시대의 시각화를 통해 모더니즘 회화의 본질을 탐색했다. 이와 함께 박석원의 <초토>(1968), 송영수의 <생의 형태>(1967) 등은 철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대의 불안과 인간 감정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들로 구성된다.
박석원, 초토, 1968, 철, 112×133×30cm, 국립현대미술관
4부 ‘푸른 여백, 마음의 풍경: 김환기(1913–1974)’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시기별로 조망한다. 초기작 <론도>(1938)는 음악적 리듬과 형태 실험이 돋보이는 추상화로, 현재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파리 시기(1956-1959)에는 절제된 색면과 점, 선의 조합으로 한국적 감수성을 표현한 <산월>(1958), 뉴욕 시기에는 반복되는 점과 푸른 화면으로 서정성과 여백의 미를 구현한 <새벽 #3>(1964–1965) 등이 대표작으로 소개된다. 전시 공간에는 김환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토메 아포테케리 협업)도 함께 연출되어, 시각과 후각을 통해 작가의 예술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김환기, 론도, 1938, 캔버스에 유화 물감, 61×71.5cm,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국가등록문화유산
5부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은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작가들의 실험과 표현을 다시 살펴본다. 이성자의 <극지로 가는 길 83년 11월>(1983), 방혜자의 <정기>(1969), 최욱경의 <환희>(1977), 심경자의 <별전>(1973)은 자연, 생명, 감정, 기억, 내면과 같은 상징적이고 감각적인 주제를 통해 독창적인 추상의 세계를 구축한 작품이다. 또한 김정숙, 윤영자, 김윤신의 조각과 이신자, 박래현의 태피스트리 등은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활용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넓혀간 여성 작가들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성자, 극지로 가는 길 83년 11월, 1983, 캔버스에 아크릴릭 물감, 129×194.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6부 '행위, 사물, 개념: 전위미술의 실험들’에서는 1960-70년대 미술의 경계를 넓힌 작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소개한다. 이들은 신체, 행위, 사물, 자연 등 새로운 형식과 매체를 통해 미술의 전통적인 정의를 확장했다. 이승택의 <바람 연작 드로잉>(1971), 곽인식의 <작품 63>(1963),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76-1(뒤에서)>(1976)를 비롯해 곽덕준, 강국진, 이강소, 성능경, 박현기의 작품을 통해 한국 실험미술의 전환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승택, 바람 연작 드로잉, 1971, 종이에 수채 물감, 연필, 53×77.5(×6)cm, 국립현대미술관
7부 ‘한국적 추상의 모색’은 1970년대 단색조 회화를 중심으로 한 한국 고유의 추상미술 흐름을 조망한다. 반복과 절제, 여백과 물성 사이의 긴장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한국적 미니멀리즘’이라는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모색한 시기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73), 이동엽의 <상황 B>(1974), 박서보, 하종현 등의 작품을 통해 그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우환, 점으로부터, 1973, 캔버스에 석채, 194×259cm, 국립현대미술관
8부 두 번째 작가의 방 ‘청다색, 천지문: 윤형근(1928–2007)’은 절제와 침묵의 회화를 실천한 윤형근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기하학적 추상을 실험한 <69-E8>(1969)부터, 반복된 덧칠을 통해 존재의 본질과 인간의 고통, 숭고함을 담아낸 <청다색>(1976–1977), <청다색 86-29>(1986) 등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또한 정재일 음악감독이 구성한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윤형근의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는 몰입의 경험을 제공한다.
윤형근, 69-E8, 1969, 면천에 유채, 165x145cm, ©윤성열
9부 ‘한국화의 새로운 전환’은 1980년대에 전통과 현대, 수묵과 채색의 이분법을 넘어선 한국화의 흐름을 다룬다. 박생광의 <무속 4>(1980), 천경자의 <누가 울어 2>(1989), 이종상의 <묵희–쇄쇄진효>(1986), 황창배의 <20-1>(1987) 등은 다양한 조형 실험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이숙자, 민경갑, 이왈종, 서세옥, 송영방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화의 확장된 면모를 소개한다.
박생광, 무속 4, 1980, 종이에 색; 2폭 병풍, 137.8×72(×2)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10부 ‘형상의 회복과 현실의 반영’에서는 1980년대 미술계에서 추상의 흐름을 넘어 형상성과 사회 현실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다룬다. 김강용의 <현실+장 79>(1979), 이석주의 <일상>(1985), 서용선의 <청계천에서>(1986–1989), 신학철의 <한국근대사–종합>(1982–1983) 등은 다원성과 사회 참여를 추구한 시기의 대표적 작품들이다.
김강용, 현실+장 79, 1979, 캔 버스에 유화 물감, 모래, 116×244cm, 국립현대미술관
11부 ‘동시대를 향하여’는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박이소의 <삼위일체>(1994), 안규철의 <그 남자의 가방>(1993), 김범의 <무제(닭 요리하기)>(1991)는 개념적 접근을 통해 사물과 언어, 실재와 이미지의 간극을 탐구한다. 또한 영상, 설치,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육근병의 <풍경소리+터를 위한 눈 199501>(1995), 김수자의 <마음과 세계>(1991), 이불의 <스턴바우 No. 23>(2009) 등은 기술과 신체,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 미술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드러낸다.
이불, 스턴바우 No. 23, 2009, 크리스털, 강철 및 청동 체인 위 에 유리 및 아크릴 비즈, 니켈 크롬 와이어, 스테인리스 스틸 및 알루미늄 골조, 포멕스, 반사 필름, 아크릴 거울,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및 블랙 니켈 파이프, 154×81×77.5cm, 이불 스튜디오 제공 /사진: 전병철, ©이불
전시와 함께 다양한 연계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청소년을 위한 ‘MMCA 하이라이트’, 장애통합학급을 위한 ‘함께 보는 미술관 한 작품’이 진행되며, 매월 전시 연계 강연도 개최될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앞서 개막한 1부와 함께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를 조망하는 상설전시를 통해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한국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전하 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근원을 살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