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 /출처: 나무위키
난지도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난초가 많은 동네라서 난지도라 불리던 섬은 60년대 이전에는 신혼여행지로 이름이 불릴만큼 아름다운 동네였다. 마포 앞 한강의 다른 이름인 서강을 지나, 양화나루, 선유봉을 지나서 만나게 되는 난지도 또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이곳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변한 것은 1978년이다. 서울은 산업화에서 나오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서울시는 쓰레기 처리할 곳을 찾다가, 풍광은 아름답지만 너무도 외져 사람이 살지 않는 이곳을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했다. 하루에 서울 각지에서 오는 트럭 3천 대 분량이 이곳에 마구잡이로 버려졌다. 15년이 흐르자 9,200만 톤의 쓰레기가 쌓여 90m 언덕의 '쓰레기 산'이 되었다. 이 앞을 지나가는 차들은 냄새와 몰려드는 파리로 차창을 닫아야 했다. 더 이상 쓰레기로 산을 쌓을 수 없자 1993년, 이곳을 완전히 폐쇄했다. 폐쇄된 뒤에 단 한 차레 더 쓰레기를 버렸는데 무너진 삼풍백화점의 잔해였다. 무지 막대한 백화점 잔해들을 버릴 수가 없어서 이곳에 마지막으로 쓰레기 산을 쌓았다.
이재영, 난지비치
이곳에도 사람들이 살았다. 7백여 명이 거주하며 쓰레기를 뒤져 고물을 팔며 살아갔다. 난지도는 더 이상 신혼여행지도 아니고 난초 향이 풍기는 아름다운 곳이 아닌, 쓰레기 악취가 풍기는 동네였다.
그러던 이곳이 공원으로 변했다. 생태공원으로. 오수가 한강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벽을 쌓고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에너지로 활용했다. '난지도'라는 이름은 자취를 감추었으나 두 개의 쓰레기 산은 이름도 멋스러운 '노을 공원'과 '하늘 공원'이 되었다.
이런 것을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 듯 많이 변한 것을 이르는 말)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곳이 더 유명해진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장이 건설되었기 때문이다. '2002 서울 월드컵'이 결정되자, 주 경기장으로 '서울올림픽주경기장'과 인천의 '문학경기장' 등이 거론되었다. 이곳을 월드컵주경기장으로 건설한 이유 중의 하나는 땅값 보상이 필요 없는 난지도라는 이유도 한 몫했다.
난초향이 넘쳐나던 동네에서 악취 풍기는 쓰레기 장으로, 다시 생태공원과 세계적인 축구장으로 변한 곳이 바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이곳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경기가 열렸다.
이런 나의 설명을 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연하겠지. 마지막에 말한 월드컵 이야기만 귀에 쏙쏙 들어온 모양이다.
월드컵주기장 /사진: 이재영
경기를 관람하는 시민들 /사진: 이재영
"이야아~~슛!!"
"골~~골인~~~!"
두 팔을 번쩍 쳐들고 환호하는 손자들은 축구선수 흉내를 내면서 골을 넣는 시늉을 했다. 나도 그때의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여 2002년 월드컵 4강의 감격이 복받쳐 올랐다. 그 날의 감격이 쓰레기 더미에서 축구장으로 변한 이곳 상암벌에 고스란히 스며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는 두 개의 쓰레기 산에서 공원으로 변한 하늘공원, 노을공원뿐만 아니라, 난지천공원과 난지 한강공원도 생겼다.
월드컵 경기장 앞 13만 평에 조성된 평화의공원은 21세기 최초로 개최된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를 기념하고 한국과 서울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현대적이고 품격 높은 서북부 지역의 중심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손자그림
손자들의 바람을 나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월드컵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대한민국 축구가 최고의 성적을 올린 2002년 월드컵 4강은 온 국민에게 단합된 승리의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한강의 물을 끌어들여 조성된 난지 연못에는 정화 능력이 뛰어난 수상식물을 심었고 난지천공원은 쓰레기 침출수가 흐르던 곳을 자연스러운 하천으로 복원했다. 이곳에는 5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푸른 숲이 있고 수변을 따라 펼쳐지는 산책로와 함께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많은 시민이 찾고 있다.
난지비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 /사진: 이재영
특히 서울 도심에서 모래사장이 펼쳐진 월드컵 공원 난지 연못 주변 테크에는 둔치와 모래사장이 펼쳐진 난지 비치도 조성되어 있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어우러지도록 모래 400여 톤으로 만들어진 난지비치 모래사장에는 연못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수 있는 포토존과 파라솔, 선베드 등도 설치되어 있어 월드컵공원을 찾는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월드컵 경기장 남문 앞에 있는 평화의 공원에 조성된 연못을 따라 산책로와 휴식공간이 정갈하게 조성되어 있어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소풍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평화의 공원 오른쪽 끝에서 육교를 건너 해발 98m 높이의 하늘공원에 오르면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해 한강 변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멀리 남산까지 서울 시내가 그림처럼 드러나는 풍광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얀 억새로 가득 덮인 가을의 하늘공원에서는 매년 10월 무렵 억새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또한 풍성한 볼거리이다.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하여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리면 편리하게 갈 수 있다.
[손자에게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 31] 난초섬·쓰레기매립장·월드컵경기장·생태공원으로 변한 곳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